번역학 분야의 고전으로 얼마 전에 조르주 무냉의 <부정한 미녀들>(아카넷, 2015) 출간 소식을 전했는데, 그 사이에 두 권의 책이 더 나왔다. 하나는 번역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 서고 있는 조재룡 교수의 <번역하는 문장들>(문학과지성사, 2015)이고, 수잔 바스넷의 <번역의 성찰>(동인, 2015)이 다른 하나다.
<번역의 유령들>(문학과지성사, 2011)에 이어지는 <번역하는 문장들>은 번역에 관한 다양한 쟁점들을 '풀세트'로 모아놓은 듯한 책으로 이론과 실제, 양면으로 종횡무진의 모험을 보여준다(전체 4부와 보유로 구성된 책에서 제1부의 제목이 '번역/중역의 모험'이기도 하다). '중역의 인식론'이나 '예상표절', '의사번역' 등과 같은 흥미로운 개념과 문제를 제시하기도 하고, '번역 정글 잔혹사'로서 세계문학전집 번역 문제나 번역의 윤리에 대한 비판과 성찰도 담았다.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문학동네, 2013) 번역가로서의 소회 등은 책의 보너스이다. 앞으로 번역에 대한 담론은 저자가 펴낸 두 권의 번역론에 덧대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번역하는 문장들'이란 문장의 번역문들로 표지를 구성하는 데 거들었는데, 멋쩍게도 러시아어 문장에서 오타를 냈다.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다 빚어진 일인데, '번역'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겠다(일어 번역에도 탈자가 생겨서 2쇄에는 같이 수정될 예정이다. '희귀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빨리 소진되면 좋겠다).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저자인데, 수잔 바스넷은 영어권의 번역학 전문학자다. 국내에 소개된 것만 해도 <번역학>(한신문화사, 2004), <번역학 개론>(인간사랑, 1993) 등을 포함해 여럿 된다. <번역의 성찰>은 최신작. 원저까지 구하려다가 좀 비싸서 그만두었는데, 번역학의 동향과 쟁점을 확인해보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김에 <번역하는 문장들>과 짝지어 읽어봐도 좋겠다...
15. 0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