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분야의 책으로 '이주의 발견'은 세라 로즈의 <초목전쟁>(산처럼, 2015)이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영국은 왜 중국 홍차를 훔쳤나'가 부제다. "19세기 초목전쟁을 통해 본 영국과 중국의 사회문화사." 그런데 왜 '초목전쟁'인가.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화한 뒤 그곳에서 아편을 만들어 중국에 팔았다. 그러다가 이 불법 행위를 통제하려는 중국과 충돌해 아편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이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아편 판매에 집착한 것은 그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기도 했지만, 그런 벌이가 없어진다면 막대한 양의 차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그 대금을 치를 다른 방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공업혁명이 일어나고 도시화가 진척되는 사회 변동을 겪으면서 차가 전 국민의 기호품이 되고 있었다. 따라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그것을 사올 돈줄이 막히는 것은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양국이 교환하던 상품들인 차와 아편은 각기 동백나무와 양귀비라는 두 가지 식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이들 초목을 둘러싼 전쟁이었다.

이 전쟁 이야기는 다른 한편 "당시 청나라의 국가 비밀이었던 차 제조공정 등을 입수하기 위해 식물 채집자이자 원예사이지만 도둑과 스파이를 겸해야 했던 로버트 포천(1812∼1880)을 파견하여 차나무를 빼내오는 데 성공한 뒤 차 재배가 정착하면서 영국이 홍차의 나라가 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 홍차에 대한 가벼운 읽을 거리로는 박영자의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한길사, 2014)도 더 얹을 수 있다. "이 책은 영국과 홍차 사이에서 찾은 이야깃거리 23가지를 수록한 문화교양 에세이다. '홍차 아우라', '홍차 스파이', '홍차 중독자'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영국에 가보지 않아서 실제로 얼마나 홍차를 마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에서도 홍차도 필수 기호품이다. 대부분의 끼니에 뒤이어 홍차(그냥 '차'라고 부른다)가 식탁에 오른다. 아니 식사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오래 전 모스크바대학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던 시절, 음료의 선택지는 쥬스 아니면 홍차였다). 대개 '립톤'이었던가. 카페인 때문에 커피와 함께 홍차도 금지돼 있어서 메밀차를 마시고는 페이퍼를 적었다...

 

15.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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