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대학 신입생들의 독서토론 시간에 추천할 만한 책이 없는냐는 질문을 받고 떠올린 책의 하나는 '채현국이 구술하고 정운현이 기록한' <쓴맛이 사는 맛>(비아북, 2015)이다. 채현국 선생은 지난해 1월초 한겨레신문의 인터뷰에서 노인세대에 대한 일갈을 서슴지 않아 크게 화제가 되었던 분이다(기사를 찾아보니 작년에 한 잡지에서는 '올해의 인물'로도 꼽았군).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란 제목으로 나왔던 인터뷰 기사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266.html 참조. <쓴맛이 사는 맛>은 그 기사가 계기가 돼 선생을 찾아간 언론인의 '채현국 보고서'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의 제목이 '너희들은 저렇게 되지 마라'이다.

 

 

기록자는 존경받는 어른이 드문 시대에 그가 '제대로 늙은 어른'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고 평한다. '꼰대'나 '어버이연합'만 떠올리다가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쓴맛이 사는 맛"이란, 제대로 된 말씀을 들으니 경탄과 환호가 저절로 이어졌었다. 김주완의 <풍운아 채현국>(피플파워, 2015)에 뒤이어 나온 <쓴맛이 사는 맛>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책이다. 인터뷰 기사의 확장판으로 읽어도 되겠다.

시대의 어른 채현국의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은 '거리의 철학자', '파격의 인간', '현대판 임꺽정' 등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왔다.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2위일 정도의 사업을 일군 거부였으며, 민주화운동가들을 뒤에서 후원했으며, 현재는 효암학원이라는 사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자이다. 스펙 쌓기, 취업 전쟁 등으로 지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힐링'이라는 휘황찬란한 말로 포장된 위로가 넘쳐나는 오늘날, 채현국의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는 젊은이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그가 몸으로 직접 겪고 증명한 삶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분을 만나본 지가 가물가물하다. 제대로 된 나라,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오늘 대학의 공기를 처음 들여마신 젊은이들이 "너희들은 저렇게 되지 마라"란 선생의 충고를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15.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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