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에 가기 전에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이주의 이론서'라고 해도 되겠다. 줄리엣 미첼의 <동기간>(도서출판b, 2015). 저자는 영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사회주의 여성주의자로 소개된다. 정신분석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을 제기했는데,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의 관계는 사실 편이 나뉘는 걸로 안다.
<동기간>은 제목이 시사하듯 초점이 좀 다르다. '수직적 관계의 정신분석에서 수평적 관계의 정신분석으로'라는 표지 문구가 잘 집약하고 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줄리엣 미첼의 책으로 기본적으로는 정신분석이라는 이론적 관점에서, 그동안 배타적으로 중시되어왔던 부모와 자식 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동기간이라는 측면 관계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있는 저술이다.
희소한 접근방식이므로 정신분석이나 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손길이 바로 갈 만하다.
말이 나온 김에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관련서를 찾아봤다. 모두 갖고 있는 책들인데, 절판된 책이 많아졌다. 엘리자베스 라이트가 엮은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사전>(한신문화사, 1997)은 기본 '도구'이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아직 품절되지 않았다. 국내 저자들이 쓴 <페미니즘과 정신분석>(여이연, 2003)과 '라캉의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 이론을 통한' 텍스트 읽기를 보여주는 캐런 코우츠의 <아동문학 작품 읽기>(작은씨앗, 2008)은 절판된 상태.
줄리멧 미첼의 책으론 <여성의 영지>(2015)도 눈에 띄는데, 국내 번역된 <여성의 지위>의 원저인지는 확인해봐야겠다. 예상대로다. 초판은 1971년에 나왔고, 국내엔 <여성해방의 논리>(광민사, 1980)와 <여성의 지위>(동녘, 1984)란 제목으로 두 차례 번역됐었다. <미친 남자와 메두사>(2001)는 히스테리를 재조명한 책으로 돼 있는데, 수직관계 대신에 측면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한 책이라 한다. 근간으로는 <줄리멧 미첼과 수평축>이란 연구서도 나올 예정인데, 역시나 동기간 정신분석을 다룬 책으로 보인다. 한데, 대부분 외동인 한국의 핵가족 현실에서는 동기간 분석의 유효기간이 길어보이진 않는군. 혼자인 아이의 정신분석이 앞으로 개척되어야겠다...
15. 03.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