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그렇게 적으니 뭔가 운동하는 기분이 든다(페이퍼 운동?).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기에 나머지 책들도 덩달아 떠올려본 것인데, 로버트 펜의 <자전거의 즐거움>(책읽는수요일, 2015)이 계기다. 원제를 보니 '자전거의 모든 것'이다. '자전거 레이서'들이 환호할 만한 책.

 

자전거를 타고 전 세계 5개 대륙, 50여 나라, 4만 킬로미터를 달린 남자, 자전거 마니아가 본업이고 작가는 부업이라 말하는 자유인, 자전거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줄 아는 남자. 이 모두가 로버트 펜의 별칭들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자전거를 원했다. 자신과 함께 늙어갈 수 있고,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 바로 ‘꿈의 자전거’였다. 자전거 특유의 리듬이 창조하는 사고의 공간, 내리막을 질주하는 자유로움,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만족감, 바람과 영혼이 빚어내는 고독과 자유처럼,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에 대한 탁월한 묘사야말로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자전거 책들, 가령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나, 읽기 전에 읽어보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의 즐거움을 다룬 책은 자연스레 '걷기'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끈다. 생각나는 책들이 있어서인데, 다비드 르브르통의 <걷기예찬>(현대문학, 2002)과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책세상, 2014). 뛰기(달리기)의 모든 것을 다룬 책으로 토르 고타스의 <러닝>(책세상, 2011)까지도 손이 뻗칠 수 있겠다. '한편의 세계사'란 부제에 걸맞게 700쪽이 넘는 책.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민속학자인 토르 고타스가 달리기를 주제로 쓴 문화사 책. 방대한 자료를 바탕 삼아 역사적 사실과 신화, 전설 사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달리기의 역사를 면밀히 추적한 이 책은 풍부한 사례와 명쾌한 문장으로 문화사 읽기 특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타기가 대등한 신체활동인 듯싶지만, '운동'의 느낌이 확연한 것은 역시나 '달리기'다. 그리고 달리는 사람들도 그 점을 잘 의식하고 있는 듯싶다.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한문화, 2003)이 증거다. '존재하기'란 말이 옆에 붙어서 어색하지 않은 건 달리기밖에 없지 않을까. 

저자 조지 쉬언은 심장병 전문의이자 러너이다. 그는 의사 생활을 하는 틈틈이 달린 것이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을 대신할 다른 직업으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이 책은 싸구려 대회셔츠를 입고, 주머니에 한 푼도 넣지 않고 생활하며, 고통스러운 자신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점차 러너가 되어가는 자신을 관찰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기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은 여러 차례 마라톤경기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사, 2009)이다. 그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슈팅 라이크 베컴'을 패러디한 알렉산드라 헤민슬리의 <러닝 라이크 어 걸>(책세상, 2014)도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책. '달리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부제는 하루키 책을 패러디한 듯하다.

<러닝 라이크 어 걸>은 자신 없는 몸매로는 절대 딱 달라붙는 러닝복을 입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마라톤 풀코스를 뛸 것도 아닌데 왜 달리기 연습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 힘겨운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코 트랙을 계속 도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한 평범한 여성이 특별한 재능 없이도 계속해서 달릴 수 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담긴 이 책에는 달리려는 마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 대한 훌륭한 지침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폐나 관절의 상태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로선 그냥 이야기로서만 즐길 따름이다. 남은 선택지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인데, 거실에 있는 '자전거'를 오늘은 몇달 만에 타봐야겠다(설마 몇 년만인가?)...

 

15.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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