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설치미술가 겸 사진작가 소피 칼의 <시린 아픔>(소담출판사, 2015)을 읽다가 자꾸 카트린 밀레가 연상되었다. 폴 오스터와 같이 쓴 <뉴욕 이야기>(마음산책, 2007)으로 처음 소개됐고, 그 이후엔 잊고 있었는데, <시린 아픔>이 나온 김에 그때 같이 나왔던 <진실된 이야기>(마음산책, 2007)도 뒤늦게 구입했다. 그런데 왜 카트린 밀레인가?

 

 

몇가지 공통점을 찾아봤는데, 일단 프랑스 미술계의 저명인사라는 점, 그리고 사진 작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밀레는 남편 자크 앙릭이 작가이자 아내의 누드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다), 끝으로 자기 고백적인 책의 저자라는 점. 흔한 의미의 선정성이라면 카트린 밀레가 한 수 위겠지만, 감정의 노출이란 점에서 보자면 소피 칼이 훨씬 더 적나라하다. '시린 아픔'이란 작가 자신의 아픔을 가리키기에 그렇다. 출간 과정에 대한 소개.

 

프랑스의 유명 설치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소피 칼의 이별 극복기를 담은 사진 수필집이다. 인생에서 겪는 평범하고 사소한 희로애락을 독특한 예술관으로 승화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인 소피 칼답게,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하다. 그녀는 혼자만의 가슴 쓰린 배신감과 아픔을 가슴속에만 품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토로한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을 들려달라고 한다. 그들의 슬픈 사연을 들으면서 소피 칼은 자신의 아픔을 상대화하며 서서히 고통을 극복해나간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기록에만 그쳤다. 간신히 아문 상처가 다시 덧날까 두려웠던 소피 칼은 이 시리고도 아픈 기억들을 서랍 속에 묻어두었고, 그로부터 15년 후 이 책의 출간을 결심했다. 1985년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200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로 한때 화제가 됐던 자크 앙릭의 <카트린 M의 전설>(열린책들, 2003)은 절판됐고, 현재는 카트린 밀레의 회고록, <카트린 M의 성생활>(열린책들, 2010)만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와 있다.  

 

 

고백록의 전통이 강한 나라답게, 두 프랑스 여성 작가의 자기 고백은 고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고백적 예술이란 그 자신과 독자/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아, 여느 고백이 아니라 사진을 매개로 한 고백이라는 점은 특기해두어야겠다... 

 

15.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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