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공간>(한국문화사, 2015)이란 책 때문에 알게 된 저자는 질 포코니에다. 알고 보니 이미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지호, 2009)란 책의 공저자로 소개된 바 있다. 기억에 전혀 없는 책이어서 아주 뒤늦은 '이주의 발견'이다. 포코니에는 프랑스 태생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라 한다. 1944년생이니까 일흔을 넘겼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마크 터너와의 공저이고, '개념적 혼성과 상상력의 수수께끼'가 부제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동일성, 통합, 상상력의 작용을 탐구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면서 강력하고 복잡한 이 작용들은 의미의 신비를 파헤칠 열쇠이다. 상상력은 단순히 문학과 예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평범한 생각은 물론 과학적 사고에도 상상력은 필수적이다. 상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본질이다. 이 책은 이제는 상상력의 과학을 해야 할 때라고 선언한다. 인지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하나같이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문학, 의례행사, 신문 기사, 광고, 과학적 진술과 농담, 유머, 수수께끼, 평범한 일상 표현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의 다채로운 영역을 조사하면서 인간 상상력의 작용과 개념적 혼성의 힘을 보여준다.

 

상상력의 힘을 강조하는 학자로는 단연 상징적 상상력을 주창한 질베르 뒤랑을 꼽을 수 있을 텐데, 포코니에는 신화학이나 인류학이 아닌 언어학과 인지과학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의 힘을 조명하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안 그래도 최근에 바슐라르의 책들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 주섬주섬 관련서를 모으며 재정비하던 참이라 포코니에의 책 두 권에도 손길이 안 갈 수 없다. <정신 공간>은 좀더 전문적인 책으로 보이는데, 여하튼 그래도 뭔가 계발적인 아이디어와 접할 수 있다면 독서의 가치로는 충분하다.

 

 

말이 나온 김에 적자면, 물질적 상상력을 다루는 바슐라르의 책은 10여 년만에 다시 손에 들게 되었는데, 최근에 구입한 건 <공간의 시학>(동문선, 2003)과 <몽상의 시학>(동문선, 2007), 그리고 <불의 정신분석>(이학사, 2007) 등이고, 영어본도 함께 구했다. 번역본만 읽다가 애를 먹은 기억이 있어서다. 당장 깊이 탐독할 시간은 없지만, 자꾸 환기하다 보면 결국엔 읽을 수밖에 없을 때가 오리라. 독서도 때로는 강요와 협박이 필요한 법이다...

 

15.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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