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예고도 없이 달이 바뀌었다. 물를 수도 없는 일이니 군말 없이 '2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안팎이 어수선하고 좋은 소식이라곤 축구대표팀의 선전 정도였는데(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를 거둔 것 정도가 외신 가운데서는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귀추가 주목된다), 이달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할 건 없을 듯싶다. 직장인이라면 설 연휴 정도가 기다려지는 일정이겠다...

 

 

1. 문학예술 

 

문학 분야의 책으론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어봐도 좋겠다. 김숨의 <뿌리 이야기>가 대상 수상작이다. 최근 3년간 수상자가 김애란, 편혜영, 김숨이다. 어느 정도는 예측도 가능한 리스트이긴 한데, 남성 작가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박완서 산문 전집과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시리즈도 문학독자들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책들이지만 분량상 여기서는 거명하지 않는다. 대신에 시집들을 고른다. 재간본 시리즈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의 신간으로 황지우의 <나는 너다>, 이민하의 <환상수족>, 신영배의 <기억이동장치>, 세 권이 최근에 출간됐다. <나는 너다>(풀빛, 1987)는 대학 1학년 때 읽은 시집이니 어느덧 28년 전이다. 다시 읽는 감회가 있을 듯싶다.

 

 

이 시리즈에선 유하의 데뷔시집 <무림일기>(문학과지성사, 2012)를 챙겨두시길. 그러고 보면 산문집 <이소룡 세대에게 바친다>(문학동네, 1995)도 <추억은 미래보다 새롭다>(문학동네, 2012)로 개정판이 나왔었군. 영화감독으로서의 신작 <강남 1970>(비채, 2015)도 책으로 나왔는데, 감독의 말을 빌면, "‘거리 삼부작’의 마지막이면서 시대상 가장 먼저인 작품. 전작들의 처음으로 돌아가 강남의 시원을 증언한다. 폭력과 청춘이라는 두 테마의 공존과 충돌, 중심에 편입되지 못하고 배회할 수밖에 없는 뒤틀린 청춘의 초상! 이것이 삼부작을 관통하는 주제일 것이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한 가지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끈기만은 인정해줄 만하다. 지독한 세대적 나르시시즘과 함께.

 

 

2. 인문학

 

인문학 책으론 각각 공항과 사진, 빅데이터를 다룬 책들을 골랐다. 영문학자인 크리스토퍼 샤버그의 <인문학, 공항을 읽다>(책읽는귀족, 2015), 이광수의 <사진 인문학>(알렙, 2015), 그리고 에레즈 에이든 등의 <빅데이터 인문학>(사계절, 2015)이다. 인문적 성찰의 의미와 변형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역사쪽에서는 천제셴의 <누르하치>(돌베개, 2015)가 출간된 김에, 만주족과 청사에 관한 책들로 골랐다. 패멀라 카일 크로슬리의 <만주족의 역사>(돌베개, 2013)와 유소맹의 <여진 부락에서 만주국가로>(푸른역사, 2013)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2월에는 아무래도 대학 신입생들이 읽어볼 만한 책도 고려하게 되는데,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가 말 그대로 '첫단추'로 유용해 보인다(원래는 옥스포드대학출판부의 입문서 시리즈). 특히 인문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면 필독해봄직하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으로는 양철북에서 나온 'Taking Sides'(당신의 선택은?) 시리즈를 고른다. "'당신의 선택은?' 시리즈는 각 분야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글을 비교해 읽을 수 있는 ‘쟁점과 토론’의 정수다. 미국 유명 대학 교수들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20여 가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지닌 논문, 칼럼, 연설문 들에서 각 두 편씩을 엄선하고, 각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 더 읽을거리를 덧붙였다." 첫 세 권은 기업윤리와 과학기술, 글로벌 이슈를 주제로 다룬다. 딱히 사회과학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교양 워밍업'으로 유익하겠다.

 

 

4. 과학

 

과학분야에서도 입문서 류를 고른다.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단행본으로 엮은 <과학하고 앉아있네1,2>(동아시아, 2015)가 '스낵 사이언스' 시리즈로 최근에 나왔다. 1권은 공룡과 자연사, 2권은 외계인과 UFO를 다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김웅진 교수가 쓴 <생물학 이야기>(행성B이오스, 2015)도 '다윈에서 뇌과학까지 생물학의 모든 것'을 한권에 집약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게 될 학생들이라면 미리 읽어두는 게 좋겠다.

 

 

5. 책이야기

 

책읽기/글쓰기 분야의 책으론 먼저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두 진행자 이동진, 김중혁이 나눈 책이야기,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예담, 2014)을 꼽는다. 지난 12월에 출간돼 여전히 애독자/애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독서가인 장석주 평론가도 독서록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현암사, 2015)를 새로 펴냈다. 중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책벌레 장샤오위안의 <고양이의 서재>(유유, 2015)도 이 분야의 독자라면 빠뜨릴 수 없겠다...

 

15. 02. 01.

 

 

P.S. 통상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을 고르지만, 이달에는 그 고전들을 읽기 위한 유익한 인터뷰를 고른다.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2015) 시리즈다. 세 권으로 마무리돼 좀 아쉽지만, 꽤 많은 작가의 생생한 육성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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