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 2014)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인문사회분야의 책으론 올해의 첫 베스트셀러가 아닌가 싶다) 아들러의 책을 비롯해 심리학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안 그래도 심리학책은 다른 분야의 책보다 많이 나오는 편이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알게 돼 소득이 없진 않다. 거기에 덧붙여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돼 관련서를 몇 권 사들였는데, 심리학 책으론 월터 미셸의 '성격심리학'도 추가해볼 수 있겠다. '마시멜로 테스트'로 유명한 월터 미셸의 최신간 <마시멜로 테스트>(한국경제신문, 2015)가 번역돼 나온 게 계기다.

 

 

미셸은 원서로 8판까지 나온 <성격심리학>(2007)의 공저자이자 주저자인데(<성격심리학>의 원제는 <성격 입문>이다), 이 책은 유명한 심리학 교재로 국내에도 두 차례 번역된 바 있다. 나중에 나온 <성격심리학>(시그마프레스, 2006)이 7판의 번역이므로, 개정판이 나올 때도 되었다(아니, 나오더라도 많이 늦어진 셈이다). 저자가 이런 교재나 논문 대신에 <마시멜로 테스트>를 쓴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따져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다. 마시멜로 테스트 '이후 50년'이란 게 이유다. 저자가 처음 진행했던 마시멜로 테스트란 어떤 것인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는 196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부설 유아원에서 처음 내가 진행을 했다. 실험 결과는 ‘만족 지연’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전 세계에 알려졌고 관련 연구가 줄을 이어, 최근 10년간만 해도 이와 관련된 과학 간행물이 다섯 배나 증가했을 정도다. 사실 그 실험은 유아원생들에게 선택권이라는 딜레마를 안겨주고 반응을 관찰하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즉시 누릴 수 있는 한 가지 보상(예컨대 한 개의 마시멜로)과 15분 정도 먹지 않고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두 개의 마시멜로) 사이에서 나름의 선택을 하도록 말이다.

 

우리는 먼저 마시멜로와 쿠키, 미니 프레첼, 박하사탕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들을 모아놓고 가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했다. 예를 들면 ‘에이미’는 마시멜로를 선택했다. 에이미는 당장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한 개와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두 개의 마시멜로가 나란히 놓인 테이블에 홀로 앉았다. 과자 옆에는 탁상용 종이 있었다. 에이미는 언제든 종을 울려 연구원을 부른 다음 마시멜로 한 개를 먹을 수 있었고, 아니면 연구원이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앉아 기다림으로써 마시멜로 두 개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실험 대상인 유아원생들을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누게 된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자제력이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자제력이 없는 아이들. 이것이 성격 유형의 두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연구다. 월터 미셸은 그 유아원생들이 성장해가면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를 추적한다(말하자면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의 마시멜로 버전이다). 원서를 기준으로 2014년에야 책이 나온 이유(이 정도면 인간을 상대로 한 연구로는 최장기 프로젝트에 속하지 않을까).

네다섯 살 나이와 그 아이들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렸느냐에 따라 청소년기에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잘 형성하는지가 차이를 보였고, 나아가 대입 시험 성적도 달랐다. 그들이 스물일곱 살에서 서른두 살이 됐을 때는 더 오래 기다렸던 아이들이 더 낮은 체질량지수와 더 나은 자아 존중감을 보여줬고,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구했으며, 좌절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했다. 또 중년에 이르러서는 중독 및 비만과 관련 있는 뇌영역에서 명확히 다른 스캔 영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관찰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를 따져본 게 <마시멜로 테스트>의 내용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만약 자제력이 있고 없고가 이후의 삶에서 큰 차이를 낳는다면, 그리고 그 자제력을 우리가 의도적으로 키우거나 조절할 수 있다면 각자의 삶에 대한 지배력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마시멜로 테스트>는 심리학책이면서 자기계발서와도 상통한다. 혹은 '자녀계발'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서두에서 말을 꺼낸 김에 하인즈 코헛의 책 얘기도 덧붙이면, 그의 주저는 <자기의 분석>(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9)와 <자기의 회복>(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6)이며 국내에는 <정신분석은 어떻게 치료하는가?>(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7)까지 번역돼 있다. 심리치료나 상당심리학의 교재로 많이 읽히는 게 아닌가 싶다(덧붙이자면 영어권에서 코헛은 비고츠키와 함께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심리학자에 속한다). 전반적인 소개는 앨런 시걸의 <하인즈 코헛과 자기심리학>(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2)을 참고할 수 있다...

 

15.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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