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예술분야에서 '이주의 책'을 고른다. 독일 철학자 크리스토프 멘케의 <예술의 힘>(W미디어, 2015)과 '행동주의 예술비평가' 앨런 앤틀리프의 <아나키와 예술>(이학사, 2015)이다.

 

 

멘케의 책은 <미학적 힘>(그린비, 2013)의 '속편'처럼도 느껴진다. 대학에서 실천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멘케는 인권철학 쪽의 저서도 갖고 있고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예술의 힘>은 독일의 동시대 철학자가 쓴 미학서가 갖춤직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크리스토프 멘케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인 아도르노 계열의 철학적 미학자로서 그의 미학은 단지 예술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인식 전체를 통괄하는 차원에서 예술을 말하고 미학을 말한다. 따라서 그의 미학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특성이기도 한 사회비판적 시각을 함축하며 그 관심은 미학을 넘어 인식, 사회, 정치의 영역을 관통하며 그 가운데 예술과 미학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통찰하게 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가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예술은 할 수 없음의 할 수 있음, 무능력의 능력이라는 역설적 능력에 근거한다. 예술은 단지 능력의 이성도 아니며, 힘의 유희도 아니다. 예술은 능력으로부터 힘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장소이며, 힘으로부터 능력이 생겨나는 시간과 장소이다.

 

<아나키와 예술>은 '예술의 힘'의 실제 사례로도 읽을 수 있을까. '파리코뮌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까지'가 부제인데, 저자는 예술사에서 최근 생겨난 한 분야의 발전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고 촉구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 분야가 바로 '예술에서의 아나키즘에 대한 연구'인데, 저자가 아나키즘 선집을 편집하고 <아나키스트 모더니즘> 같은 전작을 펴낸 걸 보면 거의 혼자서 주도하는 분야가 아닐까도 싶다. "이 책은 아나키즘 시각의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과 관련된 예술생산을 부각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첫걸음'이라잖은가. 책소개는 이렇다.

그동안 아나키스트로 확인된 예술가를 다루는 연구는 많이 있어왔지만, 아나키즘과 예술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조망하여 시대적 특징을 밝히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아나키즘 예술과 다른 전통들 사이의 차이는 종종 얼버무려지거나 완전히 무시되었다. 그런 점에서 행동주의 예술 비평가 앨런 앤틀리프가 쓴 이 책은 아나키즘 시각에서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과 관련된 예술 생산을 부각시키면서 예술과 아나키즘의 관계에 대해 보다 풍부한 전망을 제공하는 첫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문제와 관련해서 이론적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예술의 힘>은 그 실천에 주목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아나키와 예술>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물론 두 권 다 읽겠다고 해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15.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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