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책이 근년에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주에 나온 건 마이클 돕스의 <0시 1분 전>(모던타임스, 2015)인데, 원저의 부제는 '핵전쟁 직전의 케네디, 흐루쇼프, 카스트로'이고, 한국어판 부제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다.

 

 

관련서들이 나오면서 나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출판사 모던타임스에서는 아예 '쿠바 시리즈'를 기획했고 재작년에 나온 <존 F. 케네디의 13일>(모던타임스, 2013)이 1권, 그리고 <0시 1분 전>이 2권이다. 출판사의 박수민 대표 자신이 직접 번역하고 있는데, 공군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미 공군 정보학교를 수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여하튼 개인적인 관심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덕분에 이 분야의 주요한 책들을 한국어로도 읽어볼 수 있게 됐다. 어떤 책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 역사학자 아서 M. 슐레진저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1962년 10월 케네디 대통령 재임기에 발발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핵전쟁 일촉즉발까지 갔다는 사건의 상징성 외에도 드라마틱한 사태 전개와 해소, 케네디가 남긴 43시간짜리 백악관 비밀 녹취록 등으로 수많은 책과 논문, TV 다큐멘터리의 단골 소재가 되었지만, 대부분은 미국 중심의 설명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 소련 특파원 출신인 마이클 돕스는 미국.소련.쿠바를 비롯한 6개국 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100명이 넘는 관련자와 인터뷰를 통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 존 르 카레, 톰 클랜시를 떠올리게 하는 치밀한 설명과 인물 묘사로 흡인력 있게 풀어냈다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주제로 한 책 가운데 대중적으로도 가장 크게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LA타임스' 올해의 역사서 최종 후보작에 선정된 역작이다.

 

박수민 대표의 번역으로는 로버트 케네디의 <13일>(열린책들, 2012)과 재니스 블라이트 등의 <아마겟돈 레터>(시그마북스, 2014)도 '쿠바' 관련서이다. 언젠가 리스트를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국내 학자의 연구서로는 이근욱 교수의 <쿠바 미사일 위기>(서강대출판부, 2013)가 있다.

 

 

'쿠바 시리즈'와는 관계가 없지만, 모던타임스에서 나온 책으론 글렌 그린월드의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모던타임스, 2014)도 주목할 만하다. '스노든, NSA, 그리고 감시국가'가 부제. 2003년 5월, 미국 NSA의 게약직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제보로 정부의 무차별적 감시가 폭로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는데(이러한 감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아닌가?) 제보자 스노든을 직접 만났던 당사자가 '가디언'지 기자였던 저자 글렌 그린월드다. 이런 책을 충분히 쓸 만하고 또 써야만 했던 셈.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그린월드 같은 탐사저널리스트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논픽션을 더 많이 읽는 게 독자로선 응원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로서 바라건대 그린월드의 전작 <소수를 위한 자유와 정의(With Liberty and Justice for Some)>(2012)도 소개되면 좋겠다. '법이 어떻게 평등을 파괴하고 권력자들을 보호하는 데 이용되는가'가 부제. 이건 똑같은 제목과 부제의 책이 한국에서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 않은가? 아니, 나오지 않고 있어서 이상하다(팟캐스트가 대신하고 있는지도). 우리에게도 스노든이, 그린월드가 필요하다!..

 

15.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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