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새해맞이용으로 주문했던 책들 상당수가 아침에 배송돼 정리하느라 꽤 시간을 보냈다(카프카에 관한 책 여럿과 두 권의 새 영어판 <안나 카레니나>가 포함돼 있다). 이어선 옌렌커와 중국당대문학에 관해 검색을 한참 하고서(지난해 프란츠 카프카상 수상자가 옌렌커이다) 오전의 마지막 일과로 '이주의 책'을 고른다. 역시나 별다른 고민 없이 다섯 권을 추렸다. 타이틀북은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2015)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유가족들과 동거동락하며 인터뷰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들이 쓴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 민변 변호사들이 쓴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생각의길, 2014)와 함께 읽을 수 있겠다. 아직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슬픔과 분노도 진행형이다.
두번째는 '전쟁없는세상'에서 엮은 <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 2015)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주의자 네트워크로 지난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를 모은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포도밭, 2014)를 엮어낸 바 있다. 이번에 나온 건 '전쟁,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대담'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번째 책은 '유스리포트' 시리즈로 <대학거부 그 후>(교육공동체벗, 2014)에 뒤이어 나온 <십대 밑바닥 노동>(교육공동체벗, 2015)이다. 제목대로 청소년 노동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은 십 대 밑바닥 노동의 오늘을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노동자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술된 르포르타주를 통해 ‘나이’와 ‘성별’의 위계 속에서 일상적 모욕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불안정 노동이 만연화된 노동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청소년 노동 세계의 오늘을 살핀다."
네번째 책은 이충한의 <유유자적 피플>(소요프로젝트, 2014). '무중력 사회를 사는 우리'가 부제다. 사회적 기업 '유자살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 안에서 은둔하던 청소년들과 집 밖에서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국내외 신문, 책, 방송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된 사회적기업 유자살롱. 그들은 만 5년간의 활동 속에서 흔히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 니트로 대변되는 아이들, 청년들과 만나며 몸소 느낀 우리의 현실을 '무중력 사회'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에는 유자살롱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활동과 이들이 정의한 '무중력 사회'에 대한 거침없고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다룬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민음사, 2014)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백욱인의 <인터넷 빨간책>(휴머니스트, 2015). "사이버스페이스와 디지털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연구 주제로 삼았던 1세대 디지털 사회학자 백욱인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한국 인터넷 문화를 분석하고 이용자, 기업, 지배 장치 간의 지형도를 그려낸 첫 번째 대중서다." 부제는 '디지털 시대, 가축이 된 사람들을 위한 지적 반동'인데, "인터넷이 한국사회를 ‘가축의 왕국’으로 만들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침과 동시에 그 속에 자리 잡은 개인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점검함으로써 디지털 문화 분석이 한국사회를 읽는 중요한 프리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문화 분석으로 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알마, 2015)와 짝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