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금요일 밤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강의 일정이 없어서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하루를 보냈는데, 매번 확인하는 건 하루를 보내는 일이 일도 아니라는 것. 처음 만난 책들을 뒤적이고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니 저녁이 됐고 팟캐스트 몇 개 들으니 이 시간이다(하긴 대통령 임기만 빼곤 모든 시간이 쏜살같다). '이주의 저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세 사람을 골랐다. 중국의 인문학자와 한국의 언론인, 그리고 프랑스의 사회학자다.

 

 

먼저 이중톈. <이중톈 중국사 4-6>(글항아리, 2015)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띄어띄엄 나오던 1-3권과 달리 한꺼번에 나온 것도 마음에 들고, 산뜻한 표지도 눈에 찬다. 게다가 그의 중국사도 이제 '청춘'에 접어들었으니 독서욕도 더 자극된다. 

 

 

더불어, 미뤄둔 1-3권도 이제 읽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 감질날까 싶어 독서를 미루고 있었다(세 권을 합해야 어지간한 책 한 권 분량이다). 손 가까이에 두려고 신경을 썼는데, 일단 1권은 눈에 띄어서 책상맡에 놓았다. 1-3권에 뒤이어 읽게 될 4권 <청춘지>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중국의 대표적인 사학자, 이중톈이 강의하는 알기 쉬운 중국사. 춘추 시대까지는 중국 민족의 '소년기'였다. 그때 사람들은 진실한 성정과 열정으로 과감히 사랑하고 미워할 줄 알았다. 그래서 살신성인의 자객, 진실한 사랑을 좇은 연인, 정의로운 전사, 충성스러운 신하, 위기를 극복한 사신, 인간미 넘치는 귀신이 있을 수 있었다. 4권에서 저자는 바로 그 '기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이사장까지 지냈지만 내겐 김훈의 후배이자 <문학기행>의 공저자로 기억되는 박래부 기자의 <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한울, 2015)가 출간됐다. 기자들을 위한 글쓰기 교본으로 보이는데, 소개는 이렇다.

‘기자 사관학교’인 한국일보에서 사회부, 외신부, 문화부 등 여러 방면에서 기자활동을 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명저,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의 저자 박래부 기자가 직접 첨삭 지도를 해주 듯 서술되어 있어 예비 언론인들의 글쓰기 연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서평쓰기 강의도 진행하게 돼 글쓰기 관련서들을 다시 사모으고 또 뒤적이고 있는데(몇년 전에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할 때도 한 차례 겪은 일이다) 기사에는 서평기사도 포함되니 때마침 참고할 만한 책이어서 반갑다(오늘 들은 팟캐스트에서는 유시민의 글쓰기 책도 이번 봄에 나온다고 한다).

 

 

 

겸사겸사 확인하게 된 사실은 (나는 한국일보에 연재될 때 읽은 독자이기도 한데) <김훈, 박래부의 문학기행>이 세 차례나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나는 두 종을 구입했었다) 지금은 절판된 상태라는 점. 아마도 출판사를 바꿔서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김훈의 <자전거 여행>처럼 문학동네에서 다시 나오는 걸까?).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도 재발견된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타르드 발견의 가장 큰 공은 들뢰즈에게 돌려진다). <여론과 군중>(지도리출판사, 2012)으로 국내에도 처음 소개되기 시작해서 이번에 나온 <모나돌로지와 사회학>(이책, 2015)까지 네 권이 한국어판을 얻었다. 분량은 얇지만 타르드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타르드에게는 철학이 없다면 사회학도 없다. 그래서 <모나돌로지와 사회학>은 철학자로서의 타르드의 사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빠뜨려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문헌이다. 최근 타르드를 ‘분자적인 또는 미시물리적인 사회학의 창시자’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철학과 과학 사이에 엄격한 경계를 세우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려나 타르드의 주요 저작이 빠르게 소개되고 있어서(영어로 번역된 것도 몇 권 되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학적 사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즐거운 소식이 될 듯하다...

 

15.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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