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나온 소설 가운데 '이주의 발견'급에 해당하는 것은 프랑스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열린책들, 2015)이다.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라는 소개까지만 읽었을 때는 '누구지?' 싶었는데,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다. 더구나 검색해보니 얼굴은 많이 본 정치인. 그럼 카레르는 무얼 쓴 것인가? 전기? 전기-소설?

 

이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카레르의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문학적 다큐멘터리', '기록 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카레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방식이야 어떠하든 일단 러시아의 현역 정치인을 다룬 전기란 점에서 내겐 자연스레 관심도서다(푸틴의 전기보다더 더!). 카레르는 <콧수염>(열린책들, 2001)의 작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내가 읽은 게 그게 다라서), 이제부터는 <리모노프>의 작가다. 영어본도 나왔기에 바로 주문했다. 아래는 불어판의 표지.

 

 

책에 관한 자료는 검색하다가 줄리언 반스가 쓴 서평도 찾았는데, 책소개에도 일부가 포함돼 있다.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행동과 신념은 1989년 이후 소련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혼란, 분노, 절망, <와일드웨스트>식 자본주의, 올리가르히에 의한 경제적 침탈, 보통 사람들이 가진 저축의 파탄, 매일매일 이어오던 평범한 상태의 상실 같은 것들…… 그 평범한 상태가  지루하고, 퇴색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을지라도. -줄리언 반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목을 정확하게 짚어주었는데, 리모노프라는 정치인의 프리즘을 통해서 포스트소비에트의 역사, 지난 20여 년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 싶은 것이고, <리모노프>는 그런 기회를 제공해줄 듯싶다. 책은 2011년 프랑스의 르노도상 수상작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카레르와 리모노프가 아무래도 각별한 사이였을 것 같은데, 자료를 찾아보니 두 사람이 같이 서점에서 사인회를 갖는 모습도 눈에 띈다(가운데가 카레르이고 오른편이 리모노프다). 이 겨울에 딱 읽어볼 만한 소설인 듯싶어서 가방에 넣었다. 내일 기차여행길에 읽어보려고...

 

15.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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