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분야의 '이주의 발견'으로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의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어마마마, 2014)를 고른다. '부자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국민을 추락시키는가?'가 부제이고, 원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배신'.
공저자는 미국의 대표적 탐사 저널리스트로서 뉴스 보도 부문의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엔 <하워드 휴즈의 제국>(들녘,2005)이 소개됐는데, 두 사람은 대표작 <미국: 무엇이 잘못 되었나?>를 포함해 7권을 공저했다고. 책은 '아메리칸 드림의 배신'이란 제목에서 어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중요한 건 구체적인 사례의 제시와 설득력 있는 논증이겠다. 소개는 이렇다.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바닥난 연금과 그로 인한 연금의 축소, 줄줄 새는 세금, 오프쇼링과 아웃소싱으로 인한 자국 내 일자리 감소, 국가 재정의 사적 이익 추구, 이러한 것들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는 현대 신자유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자화상이 된 지 오래이다.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탐사보도팀을 이끌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은 미국에서 중산층의 꿈인 ‘아메리칸 드림’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추적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지경이 되었는가? 저자들은 <서문>의 첫머리에서 “권력을 가진 소수는 스스로를 살찌우면서도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중산층의 생존 기반은 허물어뜨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그 이유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에 대해서는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민음사, 2005)와 데일 마하리지의 <미국을 닮은 어떤 나라>(여름언덕, 2012)를 더 참고할 수 있다. 각각 부제가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와 '새로운 대공황과 아메리칸 드림의 좌절과 희망, 그 30년의 기록'인 책이다.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염려하는 것은 미국 중산층의 붕괴다. <국가는 잘사는 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의 서문에서도 두 저자가 경고하는 바는 다른 게 아니다. "미국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자산을 희생시키는 짓을 그만둬야 한다. 왜냐하면 중산층이 없다면 그곳은 진정한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안적으로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2013)이다. 역시나 베테랑 언론인인 저자는 부제대로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을 말하고자 한다. 비록 오늘의 경제적 불평등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고 또 가속화되고 있지만 부의 독점에 대한 투쟁은 언제나 있어왔다. 저자는 그 노하우를 밝히고자 한다.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세상을 지배한 것은 부자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에는 이들이 독점한 부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언제나 존재했다. 부의 분배를 두고 벌어진 지난 100년간의 미국 역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책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내용은 바로 그런 점에서 오늘날 세금을 놓고 다투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상당 부분 오버랩된다.
소개글대로, 중산층 붕괴의 실상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가난해질까 두려워서 남편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최근 사건도 징후적이다. 11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한 중산층이었지만 실직 이후 소득이 급감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가족을 살해했다 한다. '경제적 공포'가 집어삼킨 중산층의 단면이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지 않는다면(경제민주화가 다른 게 아니잖은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사회도 미래가 없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입만 아픈 얘기지만, 상식 이하의 정부를 가진 국민으로선 어쩔 수 없이 또 반복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15. 01.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