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나카이 히사오의 <분열병과 인류>(마음산책, 2015)를 고른다. 부제가 '정신병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다. 당장 떠오르는 게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 총론1-4>(아카넷, 2014)과 프로이트의 정신병리학 관련서들, 그리고 조르주 캉길렘의 <정상과 병리>(한길사,1996, 인간사랑판 제목은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등이다. 거기에 푸코의 <광기의 역사>(나남, 2003)와 들뢰즈/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민음사, 2014)까지도 배치해볼 수 있겠다. '정신과 의사'라는 이력이 소개돼 있지만, 저자의 시각은 독특해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간략한 소개는 이렇다.

 

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일본 정신의학계의 일인자로 자리했으며 탁월한 문장가로 존경받는 노학자 나카이 히사오의 대표작이다. 정신병 중에서도 ‘분열’과 ‘강박’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소유 개념도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비강박적’ 시대의 인류가 강박적인 농경·목축 인류에 떠밀려 어떻게 정신병적 소수자로 치달았는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박은 왜 오늘날의 인류사를 이룩하는 데 미덕이 돼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변천해온 역사에는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따랐는지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간다.

분량은 두껍지 않지만 스케일로는 <광기의 역사>와 <안티 오이디푸스>를 능가한다고 할까(수렵채집시대부터 다룬다니 말이다!). 아무튼 흥미를 끄는 책이다.

 

 

같은 '정신과학' 분야의 책들을 검색해보다가 구미에 당기는 책 몇 권도 덧붙여서 소환한다. '뇌과학이 만든 섹시즘에 관한 환상과 거짓말'이 부제인 코델리아 파인의 <젠더, 만들어진 성>(휴먼사이언스, 2014)과 '우리의 신경을 긁는 것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으로서 조 팰카 등의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문학동네, 2014), 존 카치오포 등의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민음사, 2013) 등이다. 매주 새로 나오는 책들에 밀려 제쳐두었는데, 막상 제목을 다시 보니 흥미가 생긴다. 책장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15.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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