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제목의 익숙한 이름들이 말해주듯 '올드 스칼러' 세 사람이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과 앤서니 기든스, 그리고 문화연구의 거두 스튜어트 홀. 세 사람의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된 것도 드문 일이지 싶다.

 

 

먼저 연배로는 가장 앞서는 쳬계이론가 루만. <체계이론 입문>(새물결, 2014)과 <생태적 커뮤니케이션>(에코리브르, 2014)이 나란히 출간됐는데, 지난해에는 <사회의 법>(새물결, 2014)과 <예술체계이론>(한길사, 2014)까지 나왔으니까 루만 수용에서 꽤 의미있는 해로 기억됨직하다(당연하지만 한 해 동안 네 권이나 번역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체계이론 입문>은 제목 그대로 입문서이기에 루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도 해줄 듯하다. 소개도 그렇게 돼 있다.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만 알려진 루만이 은퇴 직전에 사회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어떤 전문 분야나 전문가들이 아니라 이제 막 사회학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70여 권에 이르는 대중의 저서 중 가장 대중적 접근도가 높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생태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가'란 부제의 <생태적 커뮤니케이션>은 <현대사회는 생태학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가>(백의, 2002)로 나왔던 책의 새 번역판이다. 책의 의의에 대해선 나도 서평 기사들을 참고해야겠다.

 

 

영국의 대표적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책과함께, 2014)도 다시 나왔다. 웬 제3의길?, 인가 했더니 원저도 작년에 2판이 출간됐다. 얼마만큼 개정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뜬금없이 나온 건 아니라는 것. 초판은 1998년에 나왔고 한국어판도 곧바로 출간됐었다. <제3의 길>(생각의나무, 1998). 당시 영국 노동당의 노선 변경과 관련하여 주목받은 책이자 맹렬한 비판의 표적이 되었던 책. 새 번역본의 카피로는 '유럽의 오늘을 바꾸어 놓은 책, 한국의 내일을 바꾸어 놓을 책'이다. 과연 그런가는 따져볼 문제다.

 

비록 <제3의 길>이 별로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기든스의 사회학 교과서의 저자로 오래 남을 듯하다. 대표적 교재인 <현대사회학(7판)>(을유문화사, 2014)이 작년에 나왔기 때문이다. 7판까지 나올 정도면 이 분야에선 거의 경쟁작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영국 버밍엄 대학 현대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오래 재직하면서 문화연구라는 분야를 일군 스튜어트 홀 선집이 <문화, 이데올로기, 정체성>(컬처룩, 2015)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편역자가 같은 걸로 보아 <스튜어트 홀의 문화이론>(한나래, 1996)의 개정증보판으로 보인다. 별다른 소개가 없어서 내용은 실물을 봐야 알 수 있겠는데, 같이 읽을 만한 가이드북은 이미 나와 있다. 제임스 프록터의 <지금 스튜어트 홀>(앨피, 2006).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스튜어트 홀 선집'의 내용도 어림하게 해준다.

이 책은 영국 신좌파 그룹에 속해있던 1950년대 이후로 스튜어트 홀의 전방위한 사상적 범위와 연구, 그리고 그에 따른 성취를 요약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문화연구의 주창자로 부상한 것 이외에도, 1980년대 그가 촉발시킨 대처주의와 인종주의에 관한 논쟁, 1990년대 이후의 정체성·디아스포라·민족성에 관한 그의 발언 등을 살핀다. 스튜어트 홀의 방대한 연구를 역사적·문화적·이론적 문맥 속에 위치시켜 문화의 정치성,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문제, 정체성의 정치학 등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그가 남긴 지적 유산에 대한 비평가들의 견해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지금껏 저서를 한권도 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사상을 지속적으로 수정·갱신해 온 홀의 핵심 사상과 영향력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첫 주부터 좀 '하드한' 저자들을 고르게 됐는데, 어차피 쉬운 공부란 의미가 없다. 새해 결심이 아직 무너지기 전에, 오래 붙들고 씨름할 책을 고르는 것도 독서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곡괭이질도 좀 해봐야 허리 펴는 기쁨도 맛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디부터 파야 되는 것인가?..

 

15.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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