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지식인 분류법이 여럿 있겠지만 동양의 매혹도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겠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일본론, <달의 기면>(문학과지성사, 2014) 때문에 든 생각이다.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가 부제. 동양의 매혹에는 중국에 대한 매혹, 일본에 대한 매혹 등이 있을 터인데(한국에 대한 매혹은 희귀할 듯싶고), 그에 따라 중국파와 일본파를 나누자면 레비스트로스는 일본파로 분류할 수 있겠다. 문학비평가로 <기호의 제국>(산책자, 2008)을 쓴 롤랑 바르트가 그렇듯이.

 

 

책에는 일본의 인류학자 가와다 준조와 대담이 수록돼 있는데, 서문 또한 그가 썼다. 판권면을 보니 원저 자체가 레비스트로스의 사후인 2011년에 출간됐다. 유작인 셈.

 

 

가와다의 서문에 따르면 레비스트로스는 아내 모니크와 함께 1977년부터 1988년까지 다섯 차례 일본을 여행했다. 그리고 <슬픈 열대>의 일본어판 서문에서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일본에 대한 관심을 적었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인상파 그림에 심취했던 아버지가 일본 판화를 수집했었고 레비스트로스는 그런 취향을 물려받았다. "내 어린 시절의 전부, 또 청소년 시절까지 몸은 프랑스에 있었지만 마음은, 또 내 생각은 거의 일본에 가 있었다."는 게 그의 토로다.

 

아무려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문체의 에세이와 대담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겠다(책에 실린 레비스트로스 부부의 사진 몇 장은 이 책의 '서프라이즈'다). 개인적으로는 좀 딱딱하더라도 그의 <구조인류학>이 다시 번역(이번에는 완역)되기를 바라지만 과연 기대할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온다면 모를까). 아, <신화학>도 마저 완간되면 좋겠고...

 

15. 01. 02. 

 

 

P.S. 동양의 매혹 얘기를 꺼낸 김에, 한중일 삼국의 비교문화론 관련서들도 언급해둔다. 이어령 책임편집으로 나온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열림원) 시리즈 같은 책. 양, 말, 뱀, 세 권이 나왔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앞으로 아홉 권이 더 나와야겠다.

 

 

 

더하여, '한중일 문화코드 읽기, 비교문화상징사전'으로 <매화><난초><국화><대나무><소나무>까지 다섯 권이 나와 있다. 언젠가 'TV, 책을 말하다'에서도 다뤄졌던 시리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수학자이기도 한 김용운 선생의 <풍수화>(맥스미디어, 2014)가 눈에 띄는데,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가 부제다. "김용운 박사가 반세기 동안 천착해온 한· 중· 일 관계학을 집대성한 저서"로 "민족의 개성 즉 원형의 발원체를 한국은 바람(風), 중국은 물(水), 일본은 불(火)에 비유하여 삼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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