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페이퍼 거리를 뭘로 하나 생각하다가, 러시아 영화 얘기로 시작한 하루였기에 모스크바예술극장을 제목에 단 시집 얘기로 마무리한다. 제3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으로 기혁의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박수>(민음사, 2014)가 출간됐다. 재작년 수상시집이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였고 작년엔 손미의 <양파 공동체>(민음사, 2013)였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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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하고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을 통해 문학평론가로도 등단한 기혁은 이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언어를 구현하는 시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그의 첫 시집이자 제3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이기도 한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시적 무대가 된다. 시인 기혁은 이러한 시적 무대의 연출자 겸 배우, 혹은 조명 기사 겸 관객이 되어 연극을 만들어 낸다.
표제시가 미리보기로는 제공되지 않아서 아쉬운데, 조재룡 교수가 붙인 해설의 제목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부조리극에 관하여'를 통해서 얼추 작품세계를 어림해본다. 덕분에 떠올리게 되는 작가는 러시아 부조리극의 대명사 다닐 하름스다(베젠스키와 함께 오베리우 그룹의 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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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름스의 작품은 단편집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청어미디어, 2004)가 10년 전에 출간되고 이후엔 소식이 없다(부조리극 <엘리자베타 밤>이 한 문예지에 번역된 게 내가 아는 전부다). 하긴 매일매일 부조리한 발언과 사건이 넘쳐나는 마당에 러시아 부조리문학에까지 관심을 둘 독자가 어디에 있으랴. 현실의 부조리가 문학의 부조리를 압도하는 세계에서 하루이틀, 한달, 두달, 그리고 마침내 한해를 보낸다는 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14.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