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언급할 만한 저자 몇 명은 내년으로 넘기고, 각각 학술과 문학, 예술분야에서 한명씩 골랐다. 먼저 문명교류학자이자 실크로드학의 권위자 정수일 선생. <실크로드 사전>(창비, 2013)에 뒤이어 편저로 <해상 실크로드 사전>(창비, 2014)이 최근에 출간됐다. <실크로드 도록: 해로편>(창비, 2014)과 함께다. 어떤 의의가 있는가.

 

2013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실크로드 사전>의 후속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지식을 엄선한 <해상 실크로드 사전>이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어휘가 아닌 사건을 풀이한 방대한 사전(事典)임은 지난번과 동일하다. 이 책은 그동안 온갖 설만 분분하던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지정학적으로 해양에 열려 있는 우리 실정에 맞게 바다에 관한 필수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유일한 사전편찬국이었던 일본의 저술을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월등히 압도한다.

일본에서 나온 저술을 압도한다는 자부심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로써 짐작컨대 세계 최고 수준의 <실크로드 사전>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학문적 성취가 말그대로 21세기 '문명교류'에 발판이 되길 기대하는 건 과욕일까.

 

 

시인에서 평화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박노해. 80년대 '얼굴 없는 시인'이었던 그의 문제작 <노동의 새벽>(느린걸음, 2014) 3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기념판이면서 개정판인데, 소개는 이렇다.

특히 이번 개정판은 1984년 초판본의 미학과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했다. 표지의 '실크 인쇄'는 오랜 인쇄 기법 중 하나로, 기계가 아닌 장인적 노동으로 완성된 것이다. 또한 1984년 초판본의 납활체를 가능한 그대로 살렸으며, 세월이 흘러 읽기 어려운 글자는 하나하나 수작업을 거쳐 되살려냈다. 컴퓨터 글자가 아닌, 저마다 다 다른 '살아있는 글자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서고 어디엔가 예전 <노동의 새벽>(풀빛, 1984)이 있을 터인데, 아무튼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거꾸로 말해도 마찬가지리다. 박노해에게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보는 것도 우리시대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끝으로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두번째 평론집 <보이지 않는 영화>(강, 2014)이 출간됐다.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강, 2010) 이후의 글들을 모은 것인데, 4년만이면 '노멀 스피드'다. 현역 영화평론가 가운데 지속적으로 평론집을 묶어내는 사례가 드물기에(영화학자를 겸한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 정도? 한권의 평론집을 내고 만 경우가 대다수이다) 더 의미있게 여겨진다. 공역서로는 올해 <할리우드 장르>(컬처룩, 2014)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예전판을 차지 못하면 이 또한 조만간 구입해봐야겠다. 다 읽기도 전에 ('으리'도 없이!) 사라지는 책들은 뭔지...

 

14.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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