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주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한수원 해킹 사건도 있고 해서 원전 관련서를 고르려다가 20-30대 젊은 세대를 주제로 한 책으로 골랐다. 계기가 된 게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민음사, 2014)이다.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가 부제인 책. 젊은 저자의 세대론인데, 우리와는 사정이 좀 다를 수 있겠지만(제목은 반어로도 읽힌다), 그래도 요긴한 참고가 될 만하다.
발단이 된 건 2011년의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20대의 75%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 응답한 것. 그래서 생겨난 말이 '사토리 세대'다 사토리가 '깨달음'을 뜻한다고 하니 '득도세대'라고 불러도 되겠다(한쪽은 잉여세대이고, 다른쪽은 득도세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찾아낸 ‘깨달음(사토리)’, 즉 그들이 발견한 ‘행복한 삶의 방식’을 자포자기 혹은 자기 파괴로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의지박약한 일부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이토록 척박한 사회에 살게 만든 기성세대의 업보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기성세대는 ‘행복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차고, 한심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 테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래의 ‘사회 재생산 기능’을 고려해 본다면, 결국 기성세대는 엄청난 파국으로서 오늘날 자신들의 선택을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이렇듯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21세기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동시에, 앞으로 기성세대가 겪게 될 곤란한 상황까지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책의 해제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젊은 사회학자이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3)의 저자 오찬호가 붙였다. 동시대 한일 사회학자의 '젊은 세대론'을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두번째 책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엮은 <덕후거나 또라이거나>(홍익출판사, 2014). 20대 청춘들의 삶에 대한 현장보고서다.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32가지 인생을 소개한다. 재밌게 살 궁리를 멈추지 않는, 때로는 이상해 보여도 쿨하고 섹시한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누가 하라고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 길을 걷는 32명의 청춘들은 자신의 분야에 빠져 있는 덕후,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또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도전은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유쾌하고 당당한 도전기 속에는 사회 초년생의 위기와 대처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세번째 책은 '사회적 기업 혁신모델 탐방단 'SEEKER:S'의 2014년 보고서'로 나온 <우리시대 청년의 명랑 르포르타주>(에이지21, 2014). 사회적 기업 탐방기인데, "일상의 인문학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찾는 '생각공방', 대한민국 청년을 위한 새로운 봉사문화를 그리는 '볼런컬처',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는 '우리동생',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스페이스 100',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을 펼치는 '푸드포체인지', 다음 세대의 리더십과 민주주의를 준비하는 '더넥스트', 우리의 삶을 보다 예술적으로 만들기 원하는 '에이컴퍼니', 축구를 통해 지역의 삶과 공동체를 이해하는 '도시여행자', 세상 모든 사람이 즐겁게 나무 심는 방법을 만드는 '트리플래닛', 농촌과 청년을 잇고, 지역과 문화를 잇는 '잇수다', 색다른 교육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브릿지'" 등을 소개한다. <덕후거나 또라이거나>가 개개인들을 다룬다면 <명랑 르포르타주>는 기업 형태의 그룹을 다룬다고 할까. 두 권 모두 자료집으로서 의의가 있겠다.
네번째는 '유스(Youth) 리포트'의 첫 권으로 나온 <대학거부 그 후>(교육공동체벗, 2014)다.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제로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차별사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졸업장이 없어도 고민이라면 많아도 고민이다. 젊은 인문학자들이 우리시대 연애의 풍경과 고충을 들여다본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알마, 2014)도 눈길을 끄는 책. '인문학협동조합'의 첫 기획작이다. "연애지상주의가 만연하게 된 사회적 상황을 분석하며 어떻게 연애해야 할지 궁구하는가 하면(정지민), ‘썸’이나 ‘섹드립’ 현상의 내면을 살펴보며 사랑의 정체를 가늠해보기도 한다(임세화). 또 “사랑을 재발명”하고 있는 ‘오타쿠’들의 사랑에 주목해 새로운 차원의 연애가 가능한지 모색한다(신현아)." 더불어 "1960, 70년대의 잡지 텍스트를 중심으로 사랑의 양상과 그 장소들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살피고(김만석), 식민지기 주류적 사랑의 대안이었던 ‘붉은 연애’ 개념을 전용해 오늘날 한국사회 소수자들의 연애를 옹호한다(허민)." 아무려나 이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오늘 젊은 세대의 초상에 조금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숙제일 것이다...
| 대학거부 그 후-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한지혜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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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김만석 외 지음 / 알마 / 2014년 12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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