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주 전쯤 나온 책 가운데 '이주의 고전'을 골라놓는다. 하이네의 시집 <독일. 어느 겨울동화>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합본한 <독일. 어느 겨울동화/공산당선언>(연암서가, 2014)이다. 각각 번역본들이 여러 종 나와 있지만 합본한 형태로 '시와 사상의 만남'을 부제로 달고 나오니 또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독일. 어느 겨울동화>는 창비판(1994)으로 나왔던 번역판이 다시 나온 것이며, 그 사이에 시공사판(2011)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네 평전이 궁금했는데, 오한진 교수의 <아픔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지학사, 2014)가 알게 모르게 나와 있었다. 그럼 하이네의 시와 마르크스의 사상은 어떻게 상통하는가.

하이네와 그의 친구 마르크스는 서로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산당 선언>과 <독일. 어느 겨울 동화> 둘 다 봉건 타파, 속물 부르주아 비판, 혁명의 필요성, 종교의 거부에 공감하고 있다. <독일. 어느 겨울 동화>가 독일의 봉건 영주, 물질주의에 경도된 속물 시민을 비판하고 있다면, <공산당 선언>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위해 부르주아 계급의 타도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유령 하나가 유럽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첫 문장은 <독일. 어느 겨울 동화>에서 화자를 따라다니는 무시무시한 분신을 상기시킨다. 분신은 화자의 사고를 집행하는 행동의 역할을 한다. 화자의 분신은 봉건 군주에게 철퇴를 가하고,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부르주아 계급을 깨뜨린다. <독일. 어느 겨울 동화>에서의 화자와 그 분신은 <공산당 선언>에서 공산주의자와 그 분신인 프롤레타리아와 같은 관계이다.

 

<공산당선언>은 대략 네댓 종의 번역본이 많이 읽히는 듯싶은데, 나도 대부분 갖고 있어서 이번에 나온 연암서가판과 비교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연암서가판의 제안은 무엇보다도 하이네의 시를 배경으로 읽어달라는 것이고. 생각해보면 <한국. 어느 겨울동화>도 충분히 쓰임직하다. 일례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전례를 등에 업고 과감하게 정당해산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가진 나라가 한국이니까...

 

 

1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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