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부고를 접하게 됐다. 인문학 번역가 겸 저술가 남경태 선생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 고인과는 주로 저자/번역자와 독자의 관계일 뿐이지만, 사적으로는 몇년 전 한국일보 출판문화상 예심에 같이 참여한 인연이 있다. 심사 후 귀가길 지하철에 동승하여 번역/저술에 관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는데, 그게 마지막 인상이 됐다. 고인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며, 주요 저술서로만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번역서는 100권이 넘어간다). 아래 사진에서 맨 오른쪽이 남경태 선생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 번역가 겸 저술가인 남경태(사진)씨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53세. 고인은 지난해 겨울 직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작가로 활동한 20여년 간 ‘종횡무진 인문학자’ ‘우리 시대 최고의 르네상스맨’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 역사와 철학, 사회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술과 번역으로 대중교양서의 새 지평을 열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쓴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서양사, 한국사, 동양사)를 비롯해 ‘개념어 사전’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등 35종 39권의 저술과 ‘비잔티움 연대기’ ‘30년 전쟁’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등 99종 106권의 번역서를 냈다. 마지막까지도 병상에서 지리와 역사, 천문학을 아우르는 ‘지구본 갖고 놀기’라는 원고를 놓지 않았을 정도로 평생 글쓰기의 열정을 불태웠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