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 시게키의 <서양 정치사상사 산책>(교유서가, 2014)에서 본문보다 먼저 펴본 곳은 '독서안내'다. 서양 정치사상에 대한 개관(산책)을 읽은 뒤에 "서양 정치사를 좀더 폭넓고 깊이 있게 공부해보려 할 경우에는 어떤 책들을 읽으면 좋을까?"란 질문에 대한 자문자답.
전체적인 개관으로 저자가 '강추'하는 책은 사사키 다케시의 <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시스템>(2007)이다. 절판된 책이긴 한데,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이다미디어, 2004)의 편자가 사사키 다케시다. 1942년생으로 도쿄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인물인데, 프로필에 따르면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플라톤과 정치><현대 미국의 보수주의>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1967년생인 우노 시게키가 도쿄대 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걸 고려하면 얼추 사제지간이 아닌가 싶다. 우노 시게키는 현재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대학교수와 연구소교수가 분리돼 있는 건가?). 아무튼 도쿄대에서 줄곧 서양 정치사상을 강의해온 인물들이라면 기꺼이 소개됨직하다.
이러한 입문서를 제쳐놓으면 좀 묵직한 저작들이 나온다. 저자가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저자는 J. G. A. 포칵(존 그레빌 에이가드 포칵)과 퀸틴 스키너. 스키너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주저는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1>(한길사, 2004)와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2>(한국문화사, 2012)다(학술명저번역 총서로 나온 번역본은 중간에 전담 출판사가 바뀌어서 이상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거기에 덧붙여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푸른역사, 2007)를 추천하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그리고 또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로 추천되는 책이 포칵의 <마키아벨리언 모멘트>(나남, 2011)이다. 이미 학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책이어서 군말이 필요하진 않다. 한국어판의 소개는 이렇다.
J.G.A. 포칵(존스홉킨스대 명예교수)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며 공화주의 논쟁이 새롭게 타오르게 했던 명저 <마키아벨리언 모멘트: 피렌체 정치사상과 대서양의 공화주의 전통>이 초판 출간(1975) 이후 35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되어 발행된다. 마키아벨리즘을 전공한 부산대 사학과 곽차섭 교수가 수년 동안 번역작업에 매진한 결과로, 이 책을 둘러싼 지난 수십 년간의 논쟁에 대해 포칵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2003년 판의 저자 후기가 포함되어 있다.
스키너의 책들은 다 구입해놓았지만 포칵의 책은 보류하고 있었는데, 문학과 정치(유토피아 사상)를 다루는 강의도 내년에 계획하고 있어서 겸사겸사 읽어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이 좋을까.
스키너와 포칵의 책은 '프롤로그'와 관련한 추천도서이고 각 장마다 추가되는 책들이 더 있다. 당장은 서양 정치사상사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과 이론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라 <마키아벨리언 모멘트>와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 두 권만 언급해둔다. 이 책들을 읽기 전에 물론 <서양 정치사상사 산책>을 일독해두는 게 필요하겠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넘어가기 전의 가벼운 워밍업이라고 할까...
14.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