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물리학자이자 과학사상가 내지 생명사상가라고 해야 할 장회익 선생의 책 두 권이 개정판으로 한꺼번에 나왔기에 머리에서 언급한다. <공부 이야기>(현암사, 2014)와 <삶과 온생명>(현암사, 2014)가 그것으로 먼저 나온 <과학과 메타과학>(현암사, 2012)까지 포함해 '3부작'을 이룬다. <공부 이야기>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장회익 선생의 베스트셀러인 <공부도둑>의 개정신판인 <공부 이야기>가 새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끝없이 앎을 추구하며, 평생 앎과 숨바꼭질하며 살아온 생애의 자취를 더듬으며 선생은 자신을 때로는 공부꾼 때로는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고 말한다. 그저 앎을 즐기고 앎과 함께 뛰노는 것이 좋았던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 대학 시절, 유학 시절에 이어 장년을 지나 노년의 지금까지 여일한 ‘공부하는 삶’이 담백하고 아름답다.

다른 두 권보다 앞세운 것은 공부 입문이면서 장회익 입문도 겸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특히나 수능을 치른 예비 대학생들이, 더구나 자연과학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필독해봄직하다.

 

 

말이 나온 김에, 예비 대학생이 읽어봄직한 또 다른 책은 역사학자 박상익 교수의 <나의 서양사 편력1,2>(푸른역사, 2014)이다.

<번역은 반역인가>, <밀턴 평전> 등의 저서와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서양사를 우리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하는 데 힘써온 저자 박상익의 <나의 서양사 편력>. '나를 깨우는' 서양사의 장면들에 주목한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만한 서양사의 94개 장면들을 모았다. 여기에 저자가 오랜 기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주제인 존 밀턴에 관한 5편의 글을 한데 모아 별도로 편성했다.

영국의 탁월한 시인이자 혁명가였던 밀턴에 대한 글이 5편 포함된 것은 저자가 <밀턴 평전>(푸른역사, 2008)을 펴낸 사실을 떠올려준다.

 

 

그리고 작가 조정래 선생의 산문집도 출간됐다. <조정래의 시선>(해냄, 2014). 소설이 아닌 다른 형식의 글은 생각보다 드문 편인데, 수년 전에 나온 '작가생활 40년에 대한 자전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시사IN북, 2009)과 산문집 <누가 홀로 선 나무>(문학동네, 2002) 정도가 있을 뿐이다. 소설 밖 육성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

<조정래의 시선>은 '문학과 우리 역사 그리고 사회적인 긴급한 문제에 한해' 발언한다는 원칙을 문학인생 45년간 지켜온 작가가 인터뷰와 강연, 신문 칼럼 등에 공개한 의견을 엄선하고 미처 전달되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여 정리한 산문집이다. 사회구성원이자 치열한 문학인, 그리고 후회 없는 생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소설에서 직접 말하지 않은 문학론, 인생관, 민족의식, 사회 인식을 담은 이 책은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리는 노정이고,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라고 정의한 작가의 '매 순간 진정을 다 바친 내 인생의 결정들'이다.

연말이라 그런지 세 저자의 책들이 모두 한 생애, 내지 한 시대를 축약하고 있다. 연말의 독서거리로는 맞춤하다 싶다. 막 성년을 앞둔 젊은 세대 독자들의 손길이 많이 닿았으면 싶다...

 

1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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