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1887-1975)와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생몰연대를 확인해보니 장제스가 스물두 살 때 이토가 안중근 의사에게 피격당하므로 직접적인 인연은 있을리 없다. 같이 묶은 건 두 인물에 대한 평전이 최근에 출간됐기 때문이다. 조너선 펜비의 <장제스 평전>(민음사, 2014)과 이토 유키오의 <이토 히로부미>(도서출판선인, 2014). 각각 중일 양국의 한 시대를 쥐고 흔들었던 거물들이라 동아시아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꽤 유익한 자료가 되겠다.

 

 

장제스에 관한 단행본은 생각보다 적다. 레이 황의 <장제스 일기를 읽다>(푸른역사, 2009)와 정두음의 <장제스와 국민당 엘리티스트>(도서출판선인, 2013)가 눈에 띄는 정도인데, 영어권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장제스 평전>이 2003년에 나온 책인데, 저자가 "이 책은 거의 30년 만에 나온 최초의 전격적인 장제스 평전"이라고 서두에 적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가 지배하는 청나라가 무너지고 현대 중국이 탄생하기까지, 격랑의 중국 근대사 한복판에 장제스가 있었다. 신해혁명 이후 안으로는 군벌이 할거하고 밖으로는 제국주의 열강이 침략하는 가운데 장제스는 중국을 강대하고 안정된 국가로 세우려는 이상과 실천 역량까지 지닌 유일한 지도자였다.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너선 펜비는 장제스의 일기에서부터 세계 각지의 연구, 당대의 언론 보도, 인터뷰와 현장 조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망라하여 장제스가 중국을 잃어버린 패배자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철저히 재검토하고, 사실적이면서 역동적인 필치로 그의 초상을 그려 낸다.  

레이 황의 책과 나란히 읽으면 장제스와 그의 시대에 대한 꽤 상세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듯싶다.

 

 

장제스와 달리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책은 평전을 비롯해서 적잖게 출간돼 있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있는지가 포인트. 실제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다.

이토 히로부미만큼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근대 일본의 정치가는 없다. 한국과 일본, 일본의 식민지 연구자와 정치외교사 연구자 사이에서조차 이토를 둘러싼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그 원인은 한국의 일본 연구자와 일본의 식민지 연구자는 이토가 한국(조선)에 관여하지 않았던 시기의 이토에 관한 사료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토 자신과 이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치가, 가족들의 편지, 일기, 서류 등 1차 사료를 중시하고, 또한 그들의 회상록과 당시 신문, 잡지 보도 등도 두루 살펴, 한국통치 시기도 포함하여 이토의 실상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토 히로부미 관련서로는 근대일본의 국가 형성과정에서 이토의 역할을 다룬 <근대일본의 국가체제 확립과정>(혜안, 2008),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를 다룬 책으로 <한국과 이토 히로부미>(도서출판선인, 2009), <이토 히로부미의 한국병합 구상과 조선사회>(열린책들, 2012) 등을 더 참고할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안중근 의사 평전도 한번 더 언급한다. 어린이용을 제외하면 황재문의 <안중근 평전>(한겨레출판, 2011), 김삼웅의 <안중근 평전>(시대의창, 2014)이 표준적이고, 박도의 <영웅 안중근>(눈빛, 2010)은 "안중근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판한 책으로, 1909년 10월 21일 우덕순 동지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할 계획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10월 26일 거사에 성공하고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까지 150여 일에 걸친 안중근의 마지막 여정을 현지답사하고 기록, 정리하였다." 이수광의 <안중근 불멸의 기억>(추수밭, 2009)과 원재훈의 <안중근, 하얼빈의 11일>(사계절, 2010)도 안 의사에 행적에 대한 답사에 근거해 쓰인 책이다...

 

1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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