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말로의 <정복자들>(민음사, 2014)을 '이주의 고전'으로 꼽는다. 한두 해 전부터,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작가들 가운데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학전집판이 나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차였다. 통상 <정복자>로 번역되던 이 작품과 <인간의 조건>, 그리고 <왕도>(혹은 <왕도의 길>)가 말로의 대표작이다.
<인간의 조건>, <왕도>와 함께 말로 3부작을 이루는 <정복자들>은 1928년 발표된 장편 소설로, 혁명의 본질과 인간 존엄이라는 심원한 주제를 긴박감 넘치는 간결한 문체에 담아냄으로써 전 세계 문단과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충격을 안겨 준 작품이다.
사실 1957년 알베르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많은 프랑스 독자들은 카뮈보다는 말로에게 주어져야 하는 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당대를 대표했던 작가다. 고등학교 때인지 대학 1학년 때인지 대표작들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 기회가 생겨서 반갑다(이왕이면 나머지 작품들도 새 번역본이 추가되면 좋겠다).
훤칠한 외모의 말로는 작가뿐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이력도 자랑하는데, 다방면에 걸린 그의 인생 여정을 다룬 책으로는 디스커버리 총서의 <앙드레 말로>(시공사, 1996)이 기본서겠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의 <말로와 드골>(연암서가, 2014)가 말로가 살았던 시대를 조감하게 해주는 유익한 자료. '위대한 우정의 역사'가 부제다. 레미 코페르의 '소설로 쓴 평전'으로 <앙드레 말로>(자음과모음, 2001)로 나와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말로의 평전은 두 권 더 나와 있는데, 피에르 드 부아데프르의 <앙드레 말로>(한길사, 1998)와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말로>(책세상, 2001)가 그것이다.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들이기에 필요한 독자라면 챙겨둘 수 있다. 말로 연구서로는 김웅권의 <앙드레 말로의 문학세계>(동문선, 2005)가 나와 있다. 문학 상식에 속하지만, 말로는 생텍쥐페리, 헤밍웨이 등과 함께 흔히 '행동주의 작가'로 묶인다. 요즘도 통용되는 분류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와 정치가에 더해 예술비평가란 직함도 말로에겐 추가할 수 있는데, <앙드레 말로, 피카소를 말하다>(기파랑, 2007), <덧없는 인간과 예술>(푸른숲, 2001), <상상의 박물관>(동문선, 2004), <서양의 유혹>(동문선, 2005) 등이 그와 관련되는 책이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모두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예술비평서들도 몇 권 더 나오길 기대한다...
14.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