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플 이용자는 알겠지만 추천마법사 외에 북플 추천이란 게 있다. 그냥 불쑥 이런 책에 관심 있을 거 같으니 한번 살펴보라고 들이미는데, <성재 봉기종 선생의 대학강해>(전학출판사, 2014) 추천이 며칠새 두 번이나 들어왔다. 이게 관심을 표명할 때까지 계속 추천하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추천시스템에 대해 약간 의혹도 생겼다. 성재 봉기종 선생이 누군지도 모르고, <대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기억도 없기 때문이다. 읽은 걸로 치면 학부 1학년 때 과제물로 <대학>과 <중용>을 읽은 거 같은데, 좀 과장해서 30년 전 일이다. 최근에 나온 남회근 <대학강의>(부키, 2014)라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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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선이 출간되고 있는 남회근(1918-2012)은 유불도 강의로 유명한 대만의 학자다(불교 수행자이기도 했다). 아직 저작선판으로는 나오지 않았는데, 나는 이전 번역판으로 나온 <논어 강의>를 좀 읽은 기억이 있다. <대학강의>에서 표나게 내세운 건 '원본 <대학>' 강연이라는 점. '원본' 얘기가 나오는 건 유가에서 사서를 편찬하면서 원본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송유宋儒인 주희는 <예기>속의 대학과 중용을 따로 떼어내어, 순서를 바꾸고 내용을 덧붙여 제왕의 학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후 천여 년 가까이 '원본' <대학>은 사라지고 주희의 '장구본'이 정통으로 군림하였다. 선현의 논리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과거 시험의 표준이 되었고 후인들의 사고를 옭죄었으며 이후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유가와 도가가 나누어지지 않았던 도통道統의 시대, 담백하고 논리정연하고 정채로운 '원본' <대학>을 강의한다. <대학>은 내면의 학문 수양을 통해 이치를 밝히고 본성을 실현하여 그것으로가까운 사람들,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함을 드러낸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혹은 예전에) 읽은 <대학>과는 다른 <대학>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공자들이야 이미 사정을 알고 있겠지만 일반 독자로선 흥미를 가질 만하다. 게다가 얇은 분량의 경전에 대한 두툼한 풀이여서 강연자의 솜씨도 여실히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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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내노라 하는 학자들의 강의가 더 있을 텐데, 떠오르는 건 김용옥, 김충열, 대산(김석진)의 강의다. 일일이 다 구입할 것까진 없고 가까운 도서관에 (혹 비치돼 있다면) 날 잡아서 몇 권을 나란히 펴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봄직하다. 며칠만 투자하면 '대학'의 문리가 트이지 않겠는가, 싶다. 내가 그러고 싶지만, 당장은 여유가 없군. 독서계에서 가장 부러운 건 백수 독학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독서 여유의 지존인지라...
14.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