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인지 열감기인지 하루 종일 앓고서 정신을 차리려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괜히 일을 더 한다는 느낌을 주는 북플 때문인가?). 바로 잠자리에 들 수 없어서 내친 김에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히로세 히로타다의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모요사, 2014). 부제는 '살아남기 위한 재해심리학'이다. 제목과 부제만으로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가? 주된 이유는 인간심리에 깔려 있는 위험한 덫들 때문이다. 안전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에 위험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해 피난 기회를 놓치거나, 다른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아서 좀 더 지켜보다가 위험에 빠져버리거나, 안전요원이나 전문가의 말을 과신하는 바람에 안일하게 기다리다가 도망치지 못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기후변화, 천재지변, 신종 바이러스, 방사능 누출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과 대규모 복합 재난의 발생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전한 삶을 유지할 것인가? 이 책은 재해 발생 시 가족과 나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 매뉴얼까지 제시하고 있어 ‘재난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고 기억해야 할 책이다. 

'재난공화국' 혹은 '안전후진국'으로 낙인이 찍힌 나라에서 사노라면, 이런 류의 서바이벌 매뉴얼은 필독서다(학교 교실마다 비치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유사도서가 없을 수 없는데, 심리적 재난까지 포함한 재난 대처법을 다룬 데이비드 펠드먼 등의 <슈퍼서바이버>(책읽는수요일, 2014), 극한상황에서의 생존법을 다룬 <생존의 한계>(어크로스, 2014) 등이 올해 나온 책들이다. 상시화되고 있는 위험과 재난을 고려하면 이 분야의 분류 카테고리도 곧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열감기는 어떻게 탈출하나...

 

14.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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