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씀을 하려는 건 아니고,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의 소설 <모든 인간은 죽는다>(삼인, 2014)가 번역돼 나왔기에 적는 페이퍼이다. 보부아르의 많은 소설이 일찍이 소개됐다가 대부분 절판된 상태인데, <모든 인간은 죽는다>(1946)도 마찬가지다. 찾아보니 학원사판이 1985년에 나왔었다. 내 기억도 학원사판이고. 어떤 소설인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세 번째 소설.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거듭하는 인간의 이상주의를 치열하게 묘사하면서, 유한한 생명의 의미를 묻고, 쳇바퀴처럼 반복되면서도 아주 느리게 전진하는 역사를 되비치는 소설이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지금 살고 있는 나의 삶, 우리의 삶, 대대로 목숨을 이어온 인류 역사의 의미를 격랑처럼 펼쳐 보인다.

고등학교 때 사르트르와 카뮈까지는 읽었지만 보부아르에는 손을 대지 못했고 덕분에 놓친 책들 가운데 하나가 <모든 인간은 죽는다>이다. 가장 아쉬운 건 1954년 콩쿠르상 수상작인 <레망다랭>(삼성출판사, 1983)이고. 다시 출간되길 꽤 오래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다(도서관을 이용하면 물론 구해볼 수는 있다).

 

 

<제2의 성>(1949)이 대표작으로 돼 있지만 보부아르는 소설 외에 자서전, 연애편지 등 많은 저작을 남겼으며 상당수가 국내에 번역됐었다. 하지만 현재 소설로는 <타인의 피>(1945), <편안한 죽음>(1964), <위기의 여자>(1967) 등이 남아 있는 듯. 첫 소설 <초대받은 여자>(1943)도 지금은 읽어볼 준비가 돼 있지만(고등학생 때는 관심이 없었기에), 마땅한 판본이 없다. 생각해보면 7편의 소설 가운데 5편은 번역돼 있었던 셈이다(혹 더 나와 있었을지도). 요컨대 <초대받은 여자>와 <레망다랭>이 다시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독서도 '수구초심'인지 젊을 때 읽었던 책이나 놓친 책들로 자주 눈길이 간다. 새로운 저자들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오래된 저자들은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가끔은 밀린 일들을 더 미뤄두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픈 휴일 오전도 있는 법이다...

 

14.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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