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대로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게 돌아갔다. 정확히 60년전, 195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굳이 6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 건 그의 1937년작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소담출판사, 2014)가 번역돼 나왔기 때문이다.

 

 

1926년에 나온 대표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보다 조금 먼저 나온 <봄의 급류>를 첫 장편으로 치면 네번째 장편소설에 해당한다. 세번째 장편 <무기여 잘 있거라>로 작가적 명성을 확고히 한 시기에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통상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 이후 10년만에 발표한 <강건너 숲속으로>(1950)과 함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분류된다(헤밍웨이 전집이 아닌 선집이라면 보통 누락되는 작품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당시 유행된 사회소설을 지향한 것이지만, 그가 본질적으로 사회소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식의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로선 실패작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헤밍웨이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리라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 그래서 절판된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덕성문화사, 1988)를 구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띠지에는 '국내 최초 출간'이라는 문구도 들어 있지만, 과거 1970년대에 나온 헤밍웨이 전집에는 <빈부>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80년대 단행본으론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니 사실이 아니다.

 

 

덧붙여 흥미를 끄는 점은 영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 <소유와 무소유>란 제목으로도 출시돼 있는데, 거장 하워드 혹스가 메가폰을 잡았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주연을 맡았다. 그것만으로도 화려하지만, 더 의미심장한 것은 윌리엄 포크너가 공동각본을 썼다는 점. 이미 걸작들을 써내던 시절이었지만 포크너는 자신의 소설들이 팔리지 않자 생계를 위해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윤색하는 일을 했었는데(주로 대사를 다듬었다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은 그의 손길이 더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헤밍웨이의 원작이 많이 수정됐다고 하니까 그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여하튼 이런 이유들로 새 번역본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환영하는 뜻의 페이퍼를 적는 이유다...

 

1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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