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아니면 일정을 맞춘 것인지 모르겠지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간됐다.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창비, 2014)와 앙리 페나 뤼즈의 <돈이 왕이로소이다>(솔, 2014).
<맑스를 읽다>는 '21세기를 위한 맑스의 핵심 텍스트'란 부제 그대로 '마르크스 독본' 혹은 한권으로 엮은 '마르크스 선집'이다. 일반 독자가 마르크스의 방대한 저작을 두루 섭렵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이기에 적당한 분량의 선집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530쪽 가량의 분량이라면 적정하지 않나 싶다.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은 분량 말이다.
선집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으로 피터 오스본의 <HOW TO READ 마르크스>(웅진지식하우스, 2007), 다니엘 벤 사이드의 <마르크스 사용설명서>(에코리브르, 2011), 그리고 최근에 나온 프랜시스 윈의 <자본론 이펙트>(세종서적, 2014) 등도 손 가까이에 둘 만하다.
<돈이 왕이로소이다>는 부제 겸 원제가 '마르크스와의 인터뷰'인 책. 물론 가상 인터뷰이긴 하지만 실제로 마르크스가 생전에 했던 말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또 다른 선집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책은 불어 독자들에게도 필요하구나, 라는 걸 덕분에 알 수 있다.
대중들에게 세계사 속에서 진보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자 과학적 유물론의 아버지인 마르크스의 사상을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는 점. 한국 사회에서 제한적으로만 접근 가능한 마르크스 사상의 요체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켜 주고, 마르크스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엿보는 데에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 준다는 점. 진보적 학자들조차 학술적으로도 제대로 해석하기가 어려운 마르크스의 사상의 전모를 이해시키기 위해,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뽑아내어, 이에 대해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사실 읽은 책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존 몰리뉴의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 <중요한 것은 세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책갈피, 2013), 로낭 드 칼랑의 '마르크스 그림책' <마르크스의 유령>(함께읽는책, 2014), 그리고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그린비, 2014)까지. 관심과 눈높이에 맞는 책은 얼마든지 골라잡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다시금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파국의 징후 앞에 서 있기에...
14. 09. 21.
P.S. 그러고 보니 지젝의 <종말의 시대를 살다>(2011)도 번역본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해 안으로 출간된다면 독자로서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