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들이 연휴에 던질 수 있는 질문 가운데 순위를 매기자면 스물한 번째쯤에서 혹 "폴 오스터는 왜 글을 쓰는가?"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느닷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 나온 인터뷰집 <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 2014)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오스터의 인터뷰는 '파리 리뷰'지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에도 포함돼 있다).



일차적으론 폴 오스터의 독자들이 반가워 할 책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누구나 눈길을 줄 만하다. 이 25년 동안의 인터뷰 모음집에서 폴 오스터가 줄곧 던지는 질문이 바로 '왜 글을 쓰는가?'이기 때문.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글쓰기가 직업, 그것도 천직니까. 그에게는 삶이 글쓰기이고 글쓰기가 삶이니까. 약간 맥이 풀릴 수도 있지만 그의 대답은 이렇다.
"왜 쓰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답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글쓰기를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합니다."
작가라면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천착할 것 같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며 또 그 문제를 오스터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흔하진 않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작가지망생들에겐 유익한 교본이 될 만한 인터뷰들이다. 오스터의 책을 책상 한쪽에 열권은 쌓아놓은 다음, 한 계절 정도 천천히 읽어나간다면 '폴 오스터 글쓰기'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오스터의 소설들을 전담하여 출간하고 있는 곳은 열린책들이다. 이번 책에는 <보이지 않는>(열린책들, 2011)까지 다룬 인터뷰가 실렸다. <선셋파크>(열린책들, 2013)를 막 끝낼 무렵까지의 오스터다. 그의 회고록 <겨울 일기>(열린책드, 2014)는, 생각해보니 아직 구입하지 않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보이지 않는> 이후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훗날 또 다른 인터뷰집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런 인터뷰라면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을 작가이니 만큼 기대는 시간이 충족시켜줄 것이다(비록 그가 앞으로도 25년을 더 살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더 나올 만한 오스터의 책. <겨울 일기>의 속편 격인 <내면의 보고서>.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존 쿳시와 교환한 편지 모음집 <지금 여기> 등이다. 독특하고 괴팍한 작가 쿳시의 비평과 에세이들을 최근에 구입한지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구미가 당긴다. 소프트카바로 주문을 넣어야겠다...
14. 09.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