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받은 택배 가운데 하나는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그린비, 2014)와 더널드 서순의 대작 <사회주의 100년>(황소걸음, 2014)이다. 짝이 되는 듯싶어서 같이 주문했는데, <사회주의 100년>은 생각보다 더 두툼해서 놀랐다(게다가 하드카바라서 '벽돌' 무게다).

 

 

그린비판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마르크스의 유령들>(이제이북스, 2007)의 개정판이다. 절판됐다가 다시 나온 것인데, 나는 이제이북스판을 갖고 있지만(게다가 첫 번역본인 양운덕 번역의 한뜻판(1996)도 갖고 있다) "초판 번역에서 드러났던 몇 가지 오역을 수정하고 문장들을 새로 다듬어" 펴냈다고 하여 다시 구입했다. 이번 학기에도 강의차 <햄릿>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음미하는 데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데리다는 이 책, 애초에 책의 근간이 된 강연을 1993년 4월에 암살당한 남아공의 크리스 하니(Chris Hani) 공산당 사무총장에게 바치고 있다. 넬슨 만델라와 더불어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반대 투쟁의 대중적 영웅이었던 인물이다. 데리다는 헌사에서 "크리스 하니를 추모하고 이 강연을 그에게 바칠 수 있게 허락해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남아공 공산당의 지도자였지만 크리스 하니는 서순의 <사회주의 100년>에 등장하지 않는다. 부제대로 '20세기 서유럽좌파 정당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이어서다. 책의 존재는 재작년에 <유럽문화사1-5>(뿌리와이파리, 2012)가 출간됐을 때 알았지만 이 엄두가 나지 않는 분량의 책이 버젓이 소개될 줄은 몰랐다. 원서의 분량이 1000쪽이 넘기에. 개요는 이렇다.

제2인터내셔널이 탄생한 1889년에 시작된 20세기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들이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와 복지를 완성하려고 어떻게 노력했는지 돌아본 책으로, 자본주의의 발전과 민족국가, 국제적인 제도, 지배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제약에 직면한 사회주의 정당들의 비교 역사를 다룬다. 정당은 사회·경제구조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그 구조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당의 역사는 곧 사회·경제구조의 역사다. 

20세기의 역사를 다룬 책은 여럿 되고, 서구 좌파의 역사를 일별한 책도 나와 있지만 사회주의 정당사만 통으로 다룬 책은 처음인 듯싶고, 그게 자체로 책의 의의가 된다. 에릭 홉스봄은 "역사적 분석이 담긴 주목할 만한 저작. 조만간 고전의 반열에 오를 책"이라고 평했다. 절판된 줄 알았는데, 2014년판이 다시 나오는 걸 보면 아직 '살아있는' 책이다...

 

14.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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