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프랑스 작가 미셸 뷔시의 <그림자 소녀>(달콤한책, 2014)를 고른다. 원제가 <그녀 없는 비행기>다. 장르소설에 대해선 과문한지라 평판에 의존하는데,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줄거리도 흥미롭다. 뷔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데, 전작 <검은 수련>(2011)을 통해 이름을 각인시켰고 <그림자 소녀>가 여섯 번째 소설이라 한다. 이수광 한국추리작가협회 명예회장은 이렇게 평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추리소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 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루팡이 있다. 루팡 시리즈와 조르주 심농 같은 걸출한 추리작가의 전통을 이은 프랑스 작가 미셸 뷔시의 이 책은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듯하다. 놀랍도록 치밀한 구성과 고급스러운 문체, 감동적인 스토리,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예측을 완전히 뒤엎은 반전, 추리소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은 흔치 않다.

 

원서의 표지를 보니 네 종이나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골라잡아' 식으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야기는 비행기 추락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과연 리즈로즈인가? 에밀리인가? 소설의 시작점은 '비행기 추락'이다.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3개월 된 아기만 살아남는다. 아기는 부유하고 명망 높은 집의 손녀이거나 가난한 집안의 손녀. DNA 검사가 전무하던 시절, 두 집안은 언론이 '잠자리'라고 이름 붙인 이 아기의 핏줄을 증명하려 하는데….

이런 시작에서 줄거리가 궁금해진다면, 책을 절반은 읽은 게 된다. 시작이 반이므로. 사실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건 역자의 이런 소개다.

살인, 비극, 운명, 광기를 소재로 하는 <그림자 소녀>는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도시, 마을을 실제 지명 그대로 사용했다. 거의 지도 수준의 정확성과 생동감으로 묘사된 이들 지형지물은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사건의 비밀을 알려주고 인물의 심리를 설명해주는 제3의 등장인물에 버금간다. 마르크, 에밀리, 그랑둑의 자취를 쫓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독자를 매혹하는 힘이 있다.

추리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여행 가이드북'으로 읽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하기야 그건 독자의 권리니 누가 막을쏜가!..

 

14.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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