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문학 분야에서만 골랐는데, 먼저 미국 작가 필립 로스. <미국의 목가>(문학동네, 2014)가 지난 5월에 나온 데 이어서 이번엔 <유령 퇴장>(문학동네, 2014)이다. 2월에 나온 <포트노이의 불평>(문학동네, 2014)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해도 벌써 세 작품째. 분기별로 한 작품씩 소개되는 셈이다. 필립 로스의 독자라면(몇 명이나 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올해가 '기념비적 해'가 될 듯싶다.

 

 

화자이자 작중 인물인 네이선 주커먼이 등장하기에 '주커먼 시리즈'의 하나로 분류되는데, 이 시리즈는 그간에 소개된 '미국 3부작'을 아우른다.

'미국 3부작'(<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을 통해 이제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꽤 알려진 인물 네이선 주커먼은 필립 로스와 마찬가지로 유대인 작가로 나온다. <유령작가>에서 주커먼은 갓 단편소설 하나를 발표한 스물세 살의 문학청년인데 유대인의 전통과 관습을 억압과 규제로 묘사하는 작품을 써서 가족과 유대인 사회와 충돌한다.  

'주커먼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하니 시리즈에 취약한 독자라면 비명을 지를 만하다.

 

 

문학동네가 필립 로스에 꽂혀 있다면 민음사는 밀란 쿤데라에 이어서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에 꽂혔다. 10권짜리 전집이 나온다니 말이다. 1차분으로 여섯 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교차된 운명의 성>과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두 권은 처음 번역돼 나왔다. 한데 왜 칼비노인가? "칼비노는 알베르토 모라비아,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20세기 이탈리아의, 그리고 유럽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이다."(뉴욕타임스)라는 평을 참고하면 되겠다. 아주 오래 전에 칼비노 연구서를 책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적이 있는데, 이제야 용도를 찾은 성싶다. 어디서 찾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진은영 시인의 비평집이 나왔다. <문학의 아토포스>(그린비, 2014). 문학 계간지들을 눈여겨보는 독자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책이다. 지난 몇 년간 시와 정치, 문학과 정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평단의 논쟁에서 중심에 서 있었던 이가 시인 혹은 비평가로서 진은영이었다. 계기는 랑시에르의 <감성의 분할>(도서출판b, 2008)의 소개.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란 주제를 놓고 촉발된 논쟁의 경과와 사후담이 궁금하다면 반가울 법한 비평집이다. 소개는 이렇다.

80년대 이후 한국 문단에서 외면당해 온 ‘예술의 정치성’이 다시금 대두하는 오늘날의 상황, 랑시에르의 사유를 바탕 삼아 ‘정치적인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문학과 정치 사이의 낡은 경계선을 지워 내고 더욱 강력한 미학적-정치적 실험과 실천을 주문하는 이 책은 ‘문학과 정치’ 논쟁을 지켜봐 온 이들에게는 발제자이자 가장 성실한 토론자인 진은영 사유의 종합본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나 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관련 주제에 관한 탁월한 입문서로, 시인 진은영의 팬들에게는 그녀의 문학을 이해하는 열쇠로 가 닿을 것이다.

14.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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