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일찌감치 골라놓는다. 휴가 전에 미리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잔뜩인데, 생각이 난 김에 미리 골라놓는 게 나을 듯싶어서다. 8월이 무더운 달이긴 하지만 독서 여건으로 보자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어서 목록도 좀 늘려잡았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 분야의 추천도서는 명법 스님의 <미술관에 간 붓다>(나무를심는사람들, 2014)와 다니엘 페낙의 <학교의 슬픔>(문학동네, 2014)이다. 전자는 자유롭게 서술된 '불교미학 산책'이고, 후자는 "열등생의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과 오랜 교사생활에 대한 회상이 담긴 작가 다니엘 페낙의 자전적 에세이"다. 불교미술과 관련해서는 조정육의 <옛그림, 불교에 빠지다>(아트북스, 2014)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예술분야의 또 다른 읽을 거리로는 영화책들을 꼽고 싶다. 임호준의 <스페인 영화>(문학과지성사, 2014)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분석한 국내 첫 스페인 영화 연구서"로서 눈길을 끌고, 거장의 인터뷰집 <스탠리 큐브릭>(마음산책, 2014)은 큐브릭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덧붙여, 강성률의 <은막의 새겨진 삶, 영화>(한겨레출판, 2014)는 영화를 창을 통해서 본 인천의 근현대사를 다룬다. 무슨 영화가 있을까 궁금한데, <고양이를 부탁해>, <파업 전야>, <북경반점> 등이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서는 쇠렌 오버가르 등의 <메타철학이라 무엇인가?>(생각과사람들, 2014)와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7>(역사의아침, 2014)다. <천추전국이야기>는 물론 시리즈로 얼추 일년에 한권씩 나오고 있는 듯싶다. 7권에서 다루는 건 '76전 무패의 전략가 오기'의 일대기다.

 

 

철학 분야의 책을 보충하면,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을 <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가 모아놓은 <영원의 철학>(김영사, 2014), '암과 함께한 어느 철학자의 치유 일기', 백승영의 <파테이 마토스>(책세상, 2014), 그리고 존 개스킨의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현암사, 2014) 등도 휴가지에서 손에 들어볼 만하다. 휴가지라는 게 물론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편안한 자세로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휴가지에 값할 테니까.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리 칼드웰의 <9900원의 심리학>(갈매나무, 2014)과 프란시스 북스의 <디지털 세상에서 집중하는 법>(처음북스, 2014)이다. 전자는 우리의 소비심리는 분석하고 있는 행동경제학 관련서이고 후자는 솔깃하게도 "수시로 들어오는 이메일에 신경을 끄고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필요에 따라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며, 스마트폰을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 꺼두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책이다.    

 

 

덧붙여서 8월이라는 시의성을 고려해서 읽어볼 만한 책도 몇 권 꼽는다. 우석훈의 <내릴 수 없는 배>(웅진지식하우스, 2014)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를 묻는 책이다.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가 부제. 정은정의 <대한민국 치킨전>(따비, 2014)은 좀 가벼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를 다룬다. 중복은 지났지만 아직 말복을 앞두고 있어서 골랐다. 그리고 일본 사상가 후지따 쇼오조오(후지타 쇼조)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창비, 2014)도 개정판이 나왔는데, 광복절을 즈음하여 일독해볼 만하다.

20세기가 낳은 전체주의의 영향 아래 안락만을 극도로 추구하고 모든 불쾌감의 근원을 무차별적으로 말살해버리는 생활양식 탓에 정작 약자를 위한 공공제도는 부재하고, 고도성장만이 강요되는 현 시대에서 겪는 절망과 몰락을 살아낸 후지따 쇼오조오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패배의 경험에서 다시 일어서서 시작하는 법을 직접 보여주었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서는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에이도스, 2014)다. 같이 읽어볼 만한 과학 에세이로는 이종호, 박홍규의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인물과사상사, 2014)과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착한 인류>(미지북스, 2014) 등을 더 고른다. 전자는 두 저자가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스무 명을 꼽아서 논한 책이고, 후자는 도덕의 진화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책이다.

 

 

0. 책에 대한 책

 

끝으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책에 대한 책'으로 정한다. 눈에 띄는 책이 많아서인데, 김용석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읽은 척 매뉴얼>(홍익출판사, 2009)의 '업뎃 버전'. 추천사를 쓸 기회가 있어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어떤 용도의 책인가? 이건 우리를 위한 책이 아니다.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당신을 얕잡아보는 적들에게 반격하기 위한 책이다. 고전은 별로 읽고 싶지 않지만 같잖은 이유로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다고? 바로 그런 당신에게 권한다."

 

그런 가이드북으로 당신이 만약 마흔을 넘긴 나이라면,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마흔 이후, 인생길>(다산초당, 2014)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0권 독서'를 주창하면서 저자는 "중년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고 있는 40대에게, 전문 분야 책을 일주일에 2권, 1년에 100권 읽으면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에 더하여 앤드루 파이퍼의 <그곳에 책이 있었다>(책읽는수요일, 2014)는 책의 운명과 독서의 미래에 대한 고급한 성찰록. 독서 급수가 중급 이상인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
    

14. 08. 01.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귄터 그라스의 첫 장편소설이자 대표작 <양철북>(1959)을 고른다.폴커 슐렌도르프의 영화 <양철북>(1979)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인데, 원작은 영화보다 훨씬 더 육중하다. 20세기 전반기 독일 현대사를 정면에서, 그리고 전면적으로 다룬 대작.  

 

 

이 참에 영화도 같이 (다시) 보면 좋겠다. 칸느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석권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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