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칼럼 '한기호의 책통'을 읽다가 <고전은 나의 힘>(창비, 2014) 시리즈를 알게 됐다. 더 이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회, 역사, 철학 읽기, 세 권으로 돼 있다.

 

마침 청소년이 읽어야 할 인문고전 81편의 정수를 모아 사회, 역사, 철학 분야의 세 권으로 구성된 '고전은 나의 힘' 시리즈(창비)가 출간됐다. 고전은 요약본이나 해설서를 읽어서는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없다. 이 시리즈는 세부 주제를 잘 나눈 다음 그에 적절한 책을 제대로 골라서 소개하고 있었다. 책마다의 핵심을 잘 포착해서 발췌한 글들은 문장을 잘 다음어서인지 쉽게 읽혔다. 각 장에 담긴 글들은 서로의 연결고리가 확실해 고전에 담긴 지혜와 통찰을 이해하기가 좋았다. 한 권 한 권이 수준 높은 교양서인 이 책들은 고전이 어렵고 딱딱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한기호)

성인을 위한 고전 읽기 강의는 많이 하고 있지만(거의 매일!) '청소년을 위한 고전'이라고 하면 뭔가 암담한 느낌부터 든다.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고전 회의론 이전에 독서 회의론까지 드는 게 현실이어서다. 간혹 예외적인 사례들을 접해 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대세적 회의론'이 꺾일 성싶지 않다. 

 

중학교 때부터 헤세나 카뮈 같은 작가들, 스탕달과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들을 으레 읽어야 하는 걸로 생각하고 실제로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 요즘 청소년들의 고전에 대한 '해맑은'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하긴 내 세대라 하더라도 모두가 나 같은 고전 독자는 아니었으니 무리한 대조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고전의 힘'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이 여전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면, 무지와 무관심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여기까지 합의가 가능하다면, 문제는 어떻게 읽힐 것이냐다. <고전은 나의 힘>이 그 타개책의 하나를 보여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는다.

 

 

한편 만화로 보면 쉬울까 싶어서 눈길이 가는 책들도 있는데, <철학이 된 엉뚱한 생각들>(원더박스, 2014)이나 <과학이 된 무모한 도전들>(원더박스, 2014) 같은 시리즈가 그런 경우다. 두 권만 나오고 아직 더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분량도 얇고 만화로 돼 있긴 하지만, 서양철학사를 개관하고 있기에 내용까지 얄팍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아무리 만화로 설명한다고 해도 '실재' 같은 개념들을 아이들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될 정도다(심지어 내게도 생소한 철학자들까지 등장한다!).

 

나의 지론은 '길은 여러 가지다'이다. 어떤 경로, 어떤 루트를 통해서건 고전의 매력과 사유의 힘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사다리는 무엇이건 좋다. 부디 고전이 너의 힘이 되기를!..

 

14.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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