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다작이라고 할 만한 국내 저자들로만 골랐다. 먼저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이란 부제를 단 정민 교수의 신작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문학동네, 2014). '우리시대 명강의' 시리즈로는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 2011)에 이어서 두번째 타이틀이고, 18세기 지식인을 다룬 책으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을 떠올리게 한다. 한중 문예공화국이란 무얼 가리키는가.

 

정민 교수가 하버드 대학교 옌칭도서관에서 발굴한 일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화 학술 교류사를 복원한 책이다. 문예공화국이란 말은 18세기 유럽에서 쓰였던 용어다. 언어가 달라도 공통 문어인 라틴어를 통해 글로써 자유롭게 소통하던 인문학자들의 지적 커뮤니티를 일컫는 상상 속의 공화국이다. 같은 시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도 한문을 통해 만나서는 필담으로, 헤어져서는 편지로 소통했다. 그 중심에는 조선 지식인이 있었다. 그들은 중국, 일본의 지식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며 그 만남을 문화 학술 교류의 네트워크로 확장시켜나갔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우리와 중국 지식인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다.

 

미학자 진중권의 신간도 출간됐다. <이미지 인문학>(천년의상상, 2014).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가 부제다. 1권이 먼저 나왔는데, 목차를 보니 2권으로 이어진다. 미학 강의에 이이서 '이미지 인문학'으로 한 걸음을 더 나아갔다고 할까. 어떤 기획인가.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도 포함한다.

저자는 이 책의 기본 물음이 '디지털, 혹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말한다. 문제의 지형도와 함께 여러 가지 계발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 윤여일의 신간도 주목거리다.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를 생각하다'를 부제로 내건 <사상의 원점>(창비, 2014). 쑨거의 <다케유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되읽은 <사상의 번역>(현암사, 2014)과 쑨거와의 대담집 <사상을 잇다>(돌베개, 2013) 등에 잇닿아 있는 책. 사상의 원점을 탐색함과 동시에 사상의 번역론을 문제삼는다.

한국발 동아시아 담론과 사상의 실체적 의미를 예리하게 성찰해온 저자 윤여일이 타께우찌 요시미와 쑨 거 두 사람의 사유를 통해 진정한 사상적 실천의 의미를 묻는 책이다. ‘번역’과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한 3부 8편의 글은 모두 ‘사상의 번역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쑨 거가 번역한 타께우찌 요시미를, 타께우찌 요시미가 번역한 루쉰을 읽으면서 타인의 사유를 읽어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번역의 의미를 깊이있게 탐색한다. 

 

저자의 지속적인 준거가 되고 있는 쑨거, 그리고 다케유치 요시미의 책들과 함께 모아서 읽어봄직하다. 그 자체로 상당한 견적이 나오는 일이라 쉽게 엄두를 내긴 어렵지만...

 

14.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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