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요시미 순야의 <대학이란 무엇인가>(글항아리, 2014)를 타이틀북으로 골랐다. '대학이라는 '미디어'의 역사 그리고 재탄생'가 부제.
일본 현대사와 문화연구 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요시미 순야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은데, 여러 권의 저서와 편저, 그리고 공저가 국내에 소개돼 있으며 가장 최근에 나온 건 <포스트 전후사회>(어문학사, 2013)였다. 소속은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이라고 돼 있다. '정보학환'이 생소해서 오타인가도 싶었지만 학환(學環)은 '다양한 배움이 원을 이루는 상태'라는 의미라고. 정보를 둘러싼 문과와 이과 대학원을 통합해 만들면서 기관명도 새롭게 붙여졌다 한다. 그런 편제만 보아도 꽤나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한국 대학에서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변신이다). 한발 앞서간 시점에서 되돌아본 대학의 역사와 현재라고나 할까.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다. 대학을 '미디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는 점도 독특하고.
두번째 책은 마크 맥과이어의 <믿음의 배신>(페퍼민트, 2014). '믿음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가 부제인 책이다. 얼핏 신학자나 종교학자의 책인 듯싶지만, 뇌학자의 책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정신의학 및 행동 과학부의 명예교수'라고. 이미 <신의 뇌>(와이즈북, 2012)이라는 공저가 출간된 바 있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하는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 책의 저자 맥과이어 교수는 뇌과학과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이러한 근본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세번째 책은 우치다 타츠루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메멘토, 2014)이다. 좀더 자세하게 소개하면, "현대 일본의 지(知)를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와 오타쿠 출신의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가 시장경제의 몰락과 대안,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책. 무도가(武道家)의 박력을 지닌 우치다와 경쾌한 사회감각을 가진 오카다는 이 책에서 세대론, 교육론, 경제론, 연애론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사회 이슈를 이야기한다."
대담집이란 형식 때문에 생각난 책이긴 한데, 물리학자 김대식과 법학자 김두식 형제의 <공부 논쟁>(창비, 2014)도 같이 읽어봄 직하다. "엘리트집단의 기득권 지키기, 스펙 쌓기와 취업에 목을 매는 학부모, 15세에 인생을 결정짓는 교육 구조와 대학의 서열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교육과 기회의 평등이 무너지고 있는 한국사회 공부 현장을 날것 그대로 전해준다. 그리고 장원급제만 욕망하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공부를 제안한다." 새로운 공부가 우리에겐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한 방책이 될 수도 있겠다.
네번째 책은 미국의 사회학자 벤자민 바버의 <뜨는 도시, 지는 국가>(21세기북스, 2014)다. '지구를 살리고 사람이 행복한 도시 혁명'이 부제. "세계적인 석학 벤자민 바버는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이 책을 통해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는 도시들의 협력을 제안한다. 도시, 그리고 도시를 경영하는 시장이 이 시대의 도전들을 해결할 수 있고, 현재 진행 중이며 국가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지는 국가'의 현실은 우리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목도하고 있기에 '뜨는 도시'의 가능성에 대해선 주목하게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일독해봄직하다. 저자의 책으론 <강한 시민사회 강한 민주주의>(일신사, 2006) 등도 소개된 바 있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김성일의 <대중의 계보학>(이매진, 2014). 저자의 첫 책으로 보이는데, '모던 걸에서 촛불 소녀까지, 대중 실천의 역사와 새로운 대중의 시대'가 부제다. "한국 대중 실천의 100년 역사를 계보학적으로 살펴본 <대중의 계보학>은 오노 사건, 노사모 활동, 길거리 응원전, 미선이 효순이 촛불 집회, 이라크전 반대와 파병 반대 촛불 집회,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등 현대 한국의 대중 운동을 짚으며 20세기 초 개항기부터 2014년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근대적 대중이 해체되고 탈근대적 대중이 등장하는 과정과 특징을 밝힌다." '대중'을 키워드로 한 한국현대사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임영태의 <대한민국사 1945-2008>(들녘, 2008) 같은 책과 같은 서가에 꽂아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