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주중의 인상으론 언급할 만한 책이 꽤 많았는데, 정리를 하려고 다시 훑어보니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평작이거나 약간 상회하는 정도. 평소에 고르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을 근거로 세 명의 저자를 골랐다.
먼저 '절필 작가' 고종석의 새 책이 나왔다. <고종석의 문장>(알마, 2014). 그가 쓴 책은 아니고 그의 글쓰기 강의를 옮긴 책이다. 소개에 따르면,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으로, 공학적 측면을 넘어선 글쓰기 기술의 심원한 풍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강연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앞의 여섯 강을 정리한 것이며, 둘째 권은 뒤의 여섯 강을 묶어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가령 이런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글이라는 건 일단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글에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리 없이는 의사소통이 안 될 테니까요. 글에 논리가 있어야 독자가 그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그런데 논리학만 있어서는 사람들이 그 글을 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글이 잘 읽히기 위해서는 화장을 좀 해야 합니다. 그걸 수사학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동시대 한 문장가의 '문장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두번째는 러시아미술사 전공의 미술 칼럼니스트 이진숙의 책이다.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란 부제의 <위대한 미술책>(민음사, 2014)이 나왔다. 미술책 서평집이란 점에서 이채로운데, " 고흐, 고갱, 피카소 등 현대미술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의 일생과 곰브리치, 에코, 진중권 등 최고의 학자가 쓴 서양미술사,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의 뿌리인 한국미술 이야기, 조금은 낯설지만 미술계를 이해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미술이론과 미술시장의 메커니즘까지, 모두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다." 미술책 독자들에겐 요긴한 가이드북이 되겠다. 소개는 이렇다.
저자 이진숙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에코의 세 권짜리 미술사 연구 등 압도적인 볼륨과 심오한 내용으로 독자들을 적잖이 당혹시켰던 고전들을 풍부한 실례와 명쾌한 문장으로 설명해 준다. 또 저자는 존 버거, 츠베탕 토도로프, 데이비드 호크니 등 쟁쟁한 학자와 작가들이 남긴 최고의 미술 에세이까지 빠짐없이 살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미술책 읽기’의 깊이와 폭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다.
세번째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랑시에르의 미학강의'가 부제다. 소개에 따르면 "저자가 영화, 회화, 사진, 비디오 작품 등 현대 예술에 대한 비평을 바탕으로 예술의 종언 시대에 예술의 해방적 가능성에 대해 다룬 책이다. 1990년대부터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사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랑시에르는 2000년을 전후해 미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글을 발표했는데, 이를 모아 이 책을 출간했다." 영화에 대해선 <영화 우화>(인간사랑, 2012)가 나온 바 있고, 미학에 관한 책도 <미학 안의 불편함>(인간사랑, 2008), <감성의 분할>(도서출판b, 2008) 등이 소개된 바 있다. 미학과 정치에 대한 랑시에르의 사유가 궁금한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 영역본은 <이미지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이 또한 진작에 구했던 책인데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14. 0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