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해 일본 신서대상(新書大賞) 1위작이라는 오구마 에이지의 <사회를 바꾸려면>(동아시아, 2014)이 묻고 답한다. 물론 일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는다(오구마 에이지의 책으론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단일민족신화의 기원>이 나와 있다).

 

현재의 사회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리고 정치가에게 맡기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치에 관여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데모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략 이런 분위기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사회는 과연 바뀌는 것일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공유가능한 문제의식이라 여겨진다(그런 처지에서 보자면 일본이라는 나라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 책소개를 보니 저자가 제시하는 대답은 대략 이런 것이다.

저자는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접행동과 참여를 강조한다. “데모를 해서 무엇이 바뀌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데모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한다. 대화를 해서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회,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참가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하면 참가할 수 있는 사회, 참가할 수 있는 자신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책은 단순히 데모를 비롯한 사회운동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의 태동부터 그것이 현대의 자유민주주의로 발전된 역사적 흐름을 짚으며 사회운동의 가능성과 행동을 모색한다. 근대과학·철학·정치·경제 등 다양한 방면의 사상의 출현과 발전,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으며, 인문학적으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저자의 문제의식과 맥락을 같이하는 책들을 더 참고할 수 있을 터인데, 무엇보다도 '직접행동'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책들을 꼽아볼 수 있겠다. 직접행동의 경우에는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교양인, 2007)이 압도적인 저작.

 

 

민주주의 관련서로는 '개념사' 시리즈 가운데, 이승원의 <민주주의>(책세상, 2014)로 개념을 잡고서 시야를 확장해봐도 좋겠다. 하승우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이매진, 2014)은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모색하는 책. 바바라 크룩생크의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갈무리, 2014)는 '민주주의와 통치성'이 부제. 이론적인 저작이긴 하지만, 문제의식은 <사회를 바꾸려면>과 통할 수 있을 듯싶다. 소개는 이렇다.  

 

권력 이론과 주체성 생산이론을 바탕으로, 크룩생크는 민주적인 개인은 스스로 통치하는 시민으로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시민의 발명은 자발적 결사, 개혁 운동, 사회복지 프로그램 같은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에서 비롯한다. 그녀가 주장하듯이, 우리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는 권력에 대한 우리의 자율성이 아니라, 오히려 예속성의 지표이다.(...) 사회 정책과 실천에 관한 구체적 지식을 포스트구조주의와 페미니즘 이론과 결합함으로써,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는 민주적인 시민과 정치적인 것이 어떻게 재창출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원저의 부제는 '민주시민과 기타 주체들'이다.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는데, 학습 삼아 몇 권 읽어봄직하다. 독서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최소 실천 가운데 하나다...

 

14.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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