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와 함께 중국 정사(正史)를 양분한다는 책이 반고의 <한서>인데, 덧붙여 후한 200여년의 역사를 다룬 범엽의 <후한서>도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알게 됐다(당연한 사실도 때론 발견의 대상이다). <후한서 본기>(새물결, 2014)가 번역돼 나온 덕분. 어떤 책인가.

 

전통적으로 중국의 4사로 꼽히며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부터 3사 또는 4사 중의 하나로 꾸준히 읽혀온 고전 중의 하나이다. 이민족의 침입, 이민족의 내부, 환관 정치의 발호 등 중국 문명의 원형질이 중화로 형성되는 현장과 함께 중국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가지가 특징적인데, 최초의 완역본이라는 점과 역자가 비전공자라는 점. 기존의 <후한서>는 '본기'가 아닌 '인물열전'의 번역이다.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만만찮은 이 고전이 "한 ‘비전공 연구자’에 의해 드디어 전공자 못지않은 솜씨로 번역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특히 번역이 만만치 않은 이 고전이 장회태자 이현의 주까지 포함해 엄밀한 고증에 더해 유려한 문장으로 번역된 것은 오늘날의 ‘인문학의 진흥’과 관련해서 조그마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한다. 놀랍게도 민음사 장은수 대표의 번역이다(역자 인터뷰는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517020002 참조).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장 대표는 자사에서 책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 대표는 “솔직히 말해 이 책은 전적으로 아마추어적 작업의 결과물”이라며 “중국사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그저 갈증을 달래는 용도로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몸 담고 있는 민음사에서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만 해도 은퇴하지 않는 한 자기 책을 자기 출판사에서 내는 일은 없다”며 “출판이라는 게 최소한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어느 출판사 대표와는 사뭇 다른 태도여서 눈길을 끈다. 아무튼 후한은 <삼국지 연의>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기에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정사와 픽션의 세계가 어떻게 다르고 얼마만큼 겹치는지 살펴보는 것도 유익한 재미겠다.

 

 

그런데 한편 <한서 본기>는 번역돼 있는 건가? 이 역시 <열전>만 번역돼 있는 거 아닌가? <사기>가 완역된 것도 얼마 되지 않으니 그것까지 바라는 건 좀 무리한 일일까? 그런 의문들이 꼬리를 무는군...

 

14.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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