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일거리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오래만에 국내 저자 3인이다. 먼저 건축가 김석철. 대담집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창비, 2014)가 나왓는데, '김석철의 건축 50년 도시 50년'이 부제다.
건축가로서 주요 작품이 여의도/한강 마스터플랜, 서울대 마스터플랜,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라고 하면 거물급 건축가라는 건 바로 알 수 있다. 저자로도 낯설지 않은데, 근년에 나온 걸로는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창비, 2012), 석학인문강좌로 나온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돌베개, 2011) 등이 있다. 이번 대담집은 전체적으로 건축가 김석철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자료가 될 듯하다.
언론인 출신의 현직 변호사인 오효림 씨가 대담의 진행을 맡은 이 책에서 김석철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의 건축수업, 중년의 해외 도시설계 경험, 암투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현재의 모습까지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회고한다. 이 대담집은 한 사람의 건축가·도시설계가가 70여년 인생 동안 축적해온 방대한 독서량과 국적을 넘나든 학문교류를 통해 어떻게 코즈모폴리턴의 한 전형으로 성장해갔고 결국 전세계가 주목하는 여러 건축물과 도시계획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두번째는 교육자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의 세번째 책으로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메디치미디어, 2014)가 마저 출간됐다. <왜 학교는 불행한가>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이어지는 책이다.
첫 번째 책에서 전성은은 제국주의적 힘의 논리로 운영되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교육의 목표는 인재양성이 아닌, ‘평화’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 책에서는 교육의 목표가 왜 ‘평화’인지 교육의 근본을 살폈다. 교육 3부작의 마지막 책인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만든 절망의 교육을 희망의 교육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지 논의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안한다. 전성은의 선친 전영창 교장을 거쳐 축적된 거창고 60여 년의 교육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교육행정과 정책 전문가인 이재강의 명쾌한 정책론을 실었다. 위기에 봉착한 우리 학교교육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일익을 담당할 이 책은 미래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공존과 화해, 평화의 세계를 모색한다.
소개를 보니 저자가 2003년 8월부터 2년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했던 고민을 숙성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알라디너(마태우스)로도 유명한 서민 교수. 작년에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을 출간 좋은 반응을 얻은 여세를 몰아서 인터뷰집까지 펴냈다. 인터뷰어 지승호 씨. '웃기는 의사, 서민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컬투의 베란다쇼>의 웃긴 의사 '서민'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 강신주, 박원순, 표창원, 공지영 등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인터뷰한 인터뷰어 지승호가 서민을 만났다. 두 사람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고, 그 결과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자연인 서민과, 직업인 서민,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자 친구로서의 서민,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의 서민, 개를 지극히 사랑하는 ‘개 아빠’로서의 서민까지……. 지승호는 물었고, 서민은 답했다. 덕분에 우리는 “월세 밀린 세입자처럼 조용히” 그러나 할 말은 하는 보기 드문 사람, 서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바쁜 모양이어서 공식 출간 소식은 알라딘 마을에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데, 아마도 조만간 자초지종 '내막'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14. 0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