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정리하다가 두어 주 전 교수신문에 실린 출판면 기사를 읽었다. '2014년 학술서 무엇이 준비되고 있나'(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8818). 각 출판사에서 올해 준비중인 학술서 목록을 훑어보다가 현실문화연구에서 나올 책 두 권에 눈길이 갔다.

현실문화연구가 내놓을 책들로는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등이 쓴 『인민이란 무엇인가』가 주목된다. 언어적, 개념적 차원의 인민의 의미에서부터 인민주권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논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함의와 프랑스 내에서의 맥락 등, 다양한 층위의 논의를 통해 인민이란 말을 되짚고 있다. 근대 식민지 조선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도발적인 제목에 담아낸 『변태적 섹슈얼리티의 탄생』(차민정)도 그 내용이 궁금증을 돋군다. 이외 페리 앤더슨의 기념비적 비교역사학서인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는 출간 40주년 기념판으로 나올 예정. 절판된 소나무판과 까치판에 수록되지 않았던 ‘아시아적 생산양식’(540매 분량)을 처음 번역해 실었다. 또한 중세와 절대주의 시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화려한 도판들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인민이란 무엇인가>는 불어판의 번역으로 보이고(아직 영어본은 나오지 않은 듯싶다), 짐작에는 지젝과 바디우, 랑시에르 등이 공저자로 참여한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과 비슷한 성격과 규모의 책이지 않을까 싶다.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는 원래 불어판으로 나왔고 영어로는 원제를 그대로 따서 <민주주의, 어떤 상태인가?>로 번역됐다. 랑시에르의 민주주의론은 물론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를 참고할 수 있다. 여하튼 바디우와 부르디외, 버틀러, 랑시에르 등이 참여한 <인민이란 무엇인가>도 기다려봄 직하다.

 

 

분량으로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은 페리 앤더슨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다. 기사대로 40주년 기념판이 번역돼 나온다는 것인데, 예전 까치판을 갖고 있지만 추가되는 분량에 욕심이 난다(소나무판 제목은 <절대주의 국가의 역사>다). 영어 개정판도 구해볼까 싶다. 앤더슨은 여전히 활발하게 책을 펴내고 있는데,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기념판과 같이 낸 책으로는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창비, 1991)도 있다. 이 역시 번역서는 절판된 지 오래 됐다. 개정된 내용이 있다면 다시 소개됨직하다.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는 "유럽 절대주의 국가의 성격과 전개과정을 비교사적으로 개관한" 책으로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동서유럽 국가들의 절대주의 시대를 다룬다. 이 가운데 스웨덴, 폴란드, 오스트리아에 대한 기술은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소개된 듯한데, 이번에 오스트리아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갈증을 해소해줄 책이 출간됐다. 독문학자 임종대 교수가 펴낸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전3권, 유로, 2014)다.

 

 

조금 시야를 좁혀서 합스부르크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은 나온 적이 있다. 제목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흥망과 성쇠>(공주대출판부, 2012)다. 오스트리아, 특히 수도 빈은 문화사적으로나 지성사적으로 의미가 큰데, 이와 관련해서는 스티븐 툴민 등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필로소픽, 2013)이 요긴한 책. 윌리엄 존스턴의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도 관련서이지만 절판됐다(사실 번역도 좋지 않았다)...

 

14. 05. 05.

 

 

P.S. 흠, 합스부르크 왕가와 빈(비엔나)에 관한 책까지 포함하면 목록이 더 길어질 수 있겠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 2014)도 빼놓을 수 없으니 말이다. 얼마전에 개봉됐던 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밑바탕이 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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