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주말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는 마르크스의 사위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였던 폴 라파르그부터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그리고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까지, 국외 저자 세 명이다.

 

 

먼저, 라파르그의 <자본이라는 종교>(새물결, 2014)가 출간됐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의 저자로만 알려졌던 라파르그의 또 다른 책이어서 흥미를 끄는데, 성경의 형식을 빌린 자본주의 풍자라고. 소개에 따르면, "라파르그의 이 풍자 글이 두 사람의 출판된 글보다 훨씬 더 많이 판매된 사실은 그의 이러한 글쓰기 형식이 당대의 대중에게서 열렬한 호응을 받았음을 반증해준다. 불과 100여 페이지에 불과한 이 풍자는 거의 3,000페이지에 달하는 마르크스의 <자본>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르크스의 <자본>은 자본을 잉여가치의 착취라는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지만 그의 사위인 라파르그는 자본을 종교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사위라고는 하지만 두 사람의 견해가 일치하는 건 아니다. 출판사 소개글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원래 religion의 어원은 ‘하나로 묶는다’는 뜻인데, 마르크스는 자본이 인간을 나누고 가르고 투쟁하도록 만든다고 본다. 하지만 라파르그는 자본이 인간을 돈에 묶고, 주인에게 자발적으로 복종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을 종교의 대상으로 신앙화하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부정적’ 탈종교화에 주목한다면 라파르그는 ‘긍정적’ 종교화에 주목하는 셈이다. 두 사람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축인 노동에 대해서도 대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데, 마르크스가 노동을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면서 자본주의적 왜곡을 비판하는 데 반해 <게으를 수 있는 권리>에서 라파르그는 최소 노동을 강조한다. 특히 자본주의에서의 종교와 관련해서 마르크스는 종교를 상부구조의 일부로 보며 “종교는 아편”이라고 주장하지만 라파르그는 자본이 바로 현대적 종교라고 주장한다.

사고의 자극을 위해서도 일독해봄직하다.

 

 

두번째로 철학자 레비나스. 그의 초기 저작인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이론>(그린비, 2014)이 레비나스 선집의 둘째 권으로 출간됐다. 레비나스에 한창 관심을 갖던 시절이라면 단박에 손에 들었겠지만 지금은 여유도 없는 편이어서 독서는 좀 미뤄놓았다. 그럼에도 레비나스 독자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책.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2013)을 경유해서 접근해도 좋겠다.  

 

 

후설 현상학 얘기가 나온 김에 적자면, 관련서들이 근간에 계속 나오고 있다. 박인철 교수의 <에드문트 후설>(살림, 2013)은 문고본 분량에 맞는 최적의 소개서. 페르디난드 펠만의 <현상학의 지평>(서광사, 2014)는 독일에서 나온 현상학 입문서다. 그리고 하루히데 시바의 <유식사상과 현상학>(도서출판b, 2014)는 <현상학적 마음>(도서출판b, 2013)에 뒤이어 '마음학 총서'의 둘째 권으로 나온 것인데, 제목이 말해주듯 비교철학 분야의 책이다. 만만찮은 분량의 전문서라고 해야겠다. 흥미롭게도 한국현상학회장을 역임한 윤명로 교수의 <현상학과 유식론>(시와진실, 2013)도 증보판으로 나와 있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겠다.  

 

 

세번째는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의 신작 <인류의 대항해>(미지북스, 2014). '뗏목과 카누로 바다를 정복한 최초의 항해자들'을 다룬 책이다. 저자 페이건의 책은 여러 권이 소개돼 있는데, 주로 선사시대와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들이다. 빙하기에 살아남은 현생인류에 대한 <크로마뇽>(더숲, 2012)를 언젠가 관심도서로 꼽은 적이 있는데, 선사시대 개론서에 해당하는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사회평론, 2011) 등도 장서로 갖춰놓을 만하다. <인류의 대항해>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호모 사피엔스 최후의 팽창을 그린 장대한 서사시. 고고학계의 세계적 석학 브라이언 페이건은 인류의 가장 초기 항해의 역사로 거슬러 가서 다음의 물음에 답한다. 인류는 왜 한 번도 탐험된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수평선 너머로 이끌었는가? GPS, 디젤 엔진, 나침반조차 없이 어떻게 대양의 머나먼 섬을 정복했는가? 수천 킬로미터의 망망대해를 건너 하와이 제도와 이스터 섬 그리고 어쩌면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항해한 폴리네시아 카누부터, 기원전 10세기에 발사 나무 뗏목을 타고 멕시코까지 오간 안데스인의 여정, 서기 10세기에 북아메리카 동쪽 끝에 발 딛은 노르드 바이킹에 이르기까지 브라이언 페이건은 바다와 인류 문명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다.

14.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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