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는 주말이지만 밀린 일들 외에 다른 일이 없는(없길 바라는!) 오늘도 곧 마감이 코앞인 원고를 써야 하지만 '이주의 책'은 일단 골라놓도록 한다. 타이틀북은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펴낸 <분노의 숫자>(동녘, 2014)다. '국가가 숨기는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가 부제.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 있는 통계 수치들을 2년에 걸쳐 분석한 자료들을 모아 구성한 것이다."
<분노의 숫자>가 본 한국사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사회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몰린다. 사교육 시장은 이미 영유아기까지 확대됐으며,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차이도 크다.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은 꽃을 펴 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이 끝나면 취업 전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높은 임금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는 점점 빨라지고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해 보지만 자영업 시장 역시 대기업이 독식해 10곳 중 1곳도 살아남기 어렵다. 서민들은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비용들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세 살 불평등이 여든까지” 이어진다. <분노의 숫자>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교육, 노동, 성, 주거, 건강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그리고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에 관한 총체적인 보고서다.
두번째 책은 <김규항의 좌판>(알마, 2014). 경향신문에 연재한 인터뷰 모음집으로 부제는 '우리 시대 에피큐리언들의 스물여섯 가지 생활양식'이다. "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김규항이 인터뷰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길든 일상적 상식에 균열을 일으키는 예술인들, 그리고 첨예하고 격렬한 저항의 자리에 섰던 활동가들이다. 하고많은 좌파들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말할 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내일을 향해 가는 사람들. 각자의 ‘생활양식’을 살아내 보이는 이들의 삶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다."
세번째 책은 <꿈의 도시 꾸리찌바>(녹색평론, 2009)의 저자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의 <도시의 로빈후드>(서해문집, 2014). 부제대로 '뉴욕에서 몬드라곤까지, 지구를 바꾸는 도시혁명가들'을 만나본 책이다. "자넷 사딕-칸, 베르트랑 들라노에, 엔리케 페냐로사 등 다양한 실험을 주도하는 리더들을 통해 도시를 뜯어고치는 데 있어 필요한 모험과 도전정신, 창조적인 상상력과 결단력의 중요성을 조명해보았으며,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대중교통 공공성’을 비롯한 교통개혁 방안과 세계의 교통실험 사례들을 분석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협동조합, 공동체 은행, 사회적 기업들의 시도들을 집중하여 소개했다."
네번째 책은 이브 앤슬러의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민음인, 2014). ''착한 소녀'를 벗어던진 전 세계 십 대들의 고백'이 부제다.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조언. 사회가 강요하는 ‘착한 소녀’를 벗어던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을 향해 저항할 것을 소녀들에게 요구하는 책이다."
끝으로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의 ‘감성과 공공성’ 리서치 워킹그룹이 3년간의 연구 결과물을 묶은 <감성사회>(글항아리, 2014). '감성은 어떻게 문화 동력이 되었나'가 부제. "개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에 대해 인문학의 공통 언어와 문법을 찾아 논해보려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개인적으로는 '춘향전을 둘러싼 조선시대 감정 유희'란 논문에 우선 눈길이 간다...
| 감성사회- 감성은 어떻게 문화 동력이 되었나
최기숙.소영현.이하나 엮음 / 글항아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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