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 김명호, 일본의 중국문학자 요시카와 고지로, 그리고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필립 볼이 내가 고른 이주의 저자다. 고전평론가 고미숙과 중국의 인문학자 이중톈도 같이 언급하도록 한다.
먼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3>(한길사, 2014)이 출간됐다. 2012년에 첫 권이 나온 이후로 매년 한 권씩 보태지고 있는데, 꾸준히 이어진다면 적절한 페이스다. 몇 권까지 이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완결된다면 '현대사 중국인 열전'으로 한 자리 차지하겠다. "제3권에서는 제1ㆍ2권과 다르게 혁명을 완수한 후 4인방이 몰락하면서 중국 현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장면을 다루었다. 노련한 호랑이들 네룽쩐, 예젠잉, 천윈, 왕둥싱, 화궈펑이 하나가 되어 4인방인 왕흥원, 장춘차오, 장칭, 야오원위안을 몰아내는 장면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연출되었다.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덩샤오핑과 장징궈가 중국와 타이완의 결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서술되었다."
그보다 빠른 페이스로 선보이고 있는 건 <이중톈 중국사>다. 작년 11월에 1권이 나오고 이번에 3권이 나왔다. 그럼에도 완간까지는 아직 길이 멀다. 36권의 대장정이기 때문이다. 분기에 한번씩 몰아서 읽어봐도 좋겠다.
두번째 저자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뿌리와이파리, 2006)로 처음 소개됐던 요시카와 고지로다. 두보 강의 <시절을 슬퍼하고 꽃도 눈물 흘리고>(뿌리와이파리, 2009) 이후 상당히 오랜만에 그의 독서론이 나왔다. <독서의 학>(글항아리, 2014). '읽기의 무한에 관한 탐구'가 부제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데, 어떤 독서법을 말하는가.
도대체 ‘독서의 학學’이란 무엇인가? 요시카와 고지로는 텍스트에 ‘천착’하여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차원을 드러낸다. ‘천착’이라는 말은 우선 “깊이 살펴 연구한다”는 뜻이지만, 한학 전통에서 천착이란 마치 ‘구멍이 없는 곳에 억지로 구멍을 내듯 탐구하는 것’, 대체로 ‘그래야 할까 싶은 것까지 굳이 파고들어 건드린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요시카와 고지로는 “아이쿠 난 이제 죽었다阿與, 我死也”라는 <구당서> 안록산의 대사 하나,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라는 공자의 표현 한 줄, 사마천 <사기>「고조본기」의 첫 문장 단 스무 자를 놓고 무섭도록 ‘천착’하는 독법을 실행해 보이고 있다.
그런 천착의 독서가 모든 독자에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지만, 공부에 뜻을 둔 독자라면 저자의 솜씨를 한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충분히 이주의 저자에 값하지만, 이 3부작이 신간이라기보다는 재편집본이어서 언급에 그치기로 한다. 소개에 따르면,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2001), <나비와 전사>(2006), <이 영화를 보라>(2008)를 계몽, 연애, 위생이라는 주제별로 리메이크하였다. 1권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2권 <연애의 시대 :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3권 <위생의 시대 :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번째 저자는 이번에 '형태학 3부작'이 나온 필립 볼이다. "19세기 후반에 참신한 학문으로 등장한 이후로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형태학에 전보다 더 명확한 체계와 근거를 부여한 책이다. 저자인 필립 볼은 생물학, 물리학, 수학부터 최근의 진화 발생 생물학과 천문학에 이르는 자연 과학의 다양한 학문들을 ‘형태의 자발적 발생’이라는 주제로 융합시켰다."
참고로 형태학의 고전은 다르시 톰슨의 <성장과 형태에 관하여>다. 개정판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고전으로서의 의의는 여전한가 보다. 우리에게도 소개되면 좋겠다. 톰슨의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된 건 프랑스의 수학자 르네 톰의 <카타스트로프의 과학과 철학>(솔, 1995)을 통해서였다. 형태학 쪽으로 톰의 대표작은 <구조적 안정성과 형태발생>이다. 로저 펜로즈의 책들에 견줄 만큼 어려운 책이지만 야심찬 젊은 세대라면 이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14.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