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의 상황과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이클 페럴먼(페렐먼)의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어바웃어북, 2014). 같은 저자의 책으로 <기업권력의 시대>(난장이, 2009)가 나온 바 있는데, 앞으로 두번째 책이 소개된 저자까지는 '이주의 발견' 대상으로 삼는다. 부제는 '일할 권리를 빼앗는 보이지 않는 수갑, 어떻게 풀 것인가?' 어떤 책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경제적 무능함’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가? 어느 날 갑자기 고용주가 어떤 이유를 들어 당신을 해고했다면 그것은 오롯이 당신 자신의 무능함 탓이라고 자본주의식 언어는 일갈한다.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사회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한 책임을 그 무엇에도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게 자본주의식 질서이다.

여기 이 냉정한 언어와 부조리한 질서에 맞서 평생을 외롭게 싸워온 노학자가 있다. 노학자는 ‘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의 모순을 끄집어냄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업과 가난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노동자들의 자책과 세상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주립대(치코) 경제학과 교수로 주로 '먼슬리 리뷰' 같은 진보저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와 짝이 될 만한 책으로 <무엇이 정부를 무능하게 만드는가>도 나옴직하다.


'기업권력의 시대'라고 하니까 신간 가운데 데이비드 코튼의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할까>(사이, 2014)도 눈길을 끈다. 원제는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세종서적, 1997)이고 그런 제목으로 책이 나온 적이 있는데(절판됐다), 이번에 나온 건 2판의 번역이고 출판사와 역자도 바뀌었다. 부제는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성장 관리 전문가 데이비트 C. 코튼 박사의 저서. 저자는 탄탄한 이론과 현장에서 겪은 풍부한 경험과 직접 눈으로 목격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 논리가 숨기고 있는 왜곡된 진실과 환상,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해 신랄하게 파헤쳤다. 이 책은 '경제 성장론자'들이 내세우는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책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으로 빈곤이 종식되고, 복지가 향상되고, 모두가 잘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 세계가 '경제 성장률'에 집착하게 된 그 시작이 된 사건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경제 성장률 측정 방식에 대한 오류, 무조건적인 경제 성장 추구가 야기하는 사회적, 경제적 재앙 등을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사례와 데이터를 동원해 증명하고 있다.
'성장 신화'를 깨뜨리거나 '성장 중독'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한데, 만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으려는지...
14. 0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