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 명의 소설가와 두 명의 철학자, 이론가다. 먼저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그녀의 신작 <저지대>(마음산책, 2014)가 번역돼 나왔다.

 

 

라히리의 책은 <이름 뒤에 숨은 사랑>(마음산책, 2004) 이후 마음산책에서 출간되고 있는데, 표지의 일관성과 안정감이 돋보인다. 라히리는 유난히 상복이 많은 작가인데, 이번 소설에 대해서도 권위 있는 문학상들의 최종심에 오르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리처상을 수상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2013년 최신작. <축복받은 집>,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으로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통산 네 번째 책이다. 단편집인 전작 <그저 좋은 사람>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정식 출간되기 전부터 사전 검토용 원고만으로 이미 미국 출판계의 권위 소식지인 「버즈북」을 통해 "2013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검증을 받았고, 퓰리처상에 버금가는 미국 최고 문학상인 내셔널북어워드 최종심과 영미권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맨부커상 최종심에 각각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두번째는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 미국의 정치철학이자 비판이론가 낸시 프레이저와의 논쟁을 담은 <분배냐, 인정이냐?>(사월의책, 2014)가 출간됐다. <인정투쟁>(사월의책, 2011)에 이어서 나온 '악셀 호네트 선집'의 두번째 책으로 3권은 <자유의 권리>가 근간으로 예고돼 있다. 공저자인 낸시 프레이저의 책으론 <지구화 시대의 정의>(그린비, 2010)이 출간돼 있다. 악셀과 낸시의 논쟁 쟁점은 무엇인가.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와 미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이 책에서 분배와 인정, 나아가 우리 시대의 정의에 관해 치열한 논쟁을 펼친다. 두 철학자는 분배와 인정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여기거나 분배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경제주의적 시각을 잘못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프레이저가 분배와 인정을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환원될 수 없는 관계로 보고 이차원적 정의관을 제안하는 데 반해, 호네트는 분배를 인정의 표현으로 보고 불평등한 분배의 심층적 토대인 사회적 인정 질서에 주목한다.

 

 

세번째 저자는 러시아 문화기호학의 태두 유리 로트만. 그의 유작 <문화와 폭발>(아카넷, 2014)이 학술명저번역의 일환으로 번역돼 나왔다. <기호계>(문학과지성사, 2008)에 이어서 로트만 전공자인 김수환 교수의 번역이다. 바흐친과 함께 20세기 러시아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자의 저작이 번듯하게 소개돼 반가운데, 조만간 일독해봐야겠다. 로트만 문화기호학의 전반적인 개관은 김 교수의 <사유하는 구조>(문학과지성사, 2011)를 참고할 수 있다. <문화와 폭발>은 어떤 책인가.

사회사상사 연구로 시작하여 1960년대 구조주의와 기호학, 1970년대 문화이론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독창적 사상을 일구어낸 로트만은 생애 마지막 저작에서 ‘폭발’이라는 개념에 집중하며 새로운 사유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폭발은 점진적 과정 중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단절을 가리킨다. 역사의 흐름이 ‘예측불가능성’에 맡겨지는 급격한 단절의 상황이 바로 폭발의 국면이다. 로트만은 폭발을 “기호학적 지층에 뚫린 창문”이라고 규정한다. 그 창문은 몹시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고 창조적이다. 이처럼 폭발의 개념은 문화의 역동성을 위한 본질적 메커니즘이자, 기호학적 생성과 자유를 위한 불가피한 계기로서 재규정된다.

 

참고로 <문화와 폭발>은 영어로도 번역돼 있다. 영어권에서 나온 로트만 관련서로는 <로트만과의 대화>, <로트만과 문화연구> 등이 더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아래는 1992년에 나온 러시아어판의 표지다...

 

 

14.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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